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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0원씩 은행 저축 16년 만에 1억2100만원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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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하루에 1000원씩 모아 1억원을 만들려면 얼마나 걸릴까.

26일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저축왕으로 뽑힌 최상길(39.사진)씨는 16년 만에 1억2100만원을 저축했다.그것도 선천성 소아마비에 2급 언어장애까지 안고 일궈낸 '기록'이다.

전북 군산에서 3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최씨는 '엄마'라는 말 정도밖에 할 수 없었던 장애 때문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14세 때 부모를 따라 경기도 의정부로 갔다. 집안 형편 때문에 특수교육은 꿈도 꿀 수 없었다.거의 매일 성당을 찾던 최씨는 어느 날 심심풀이로 성당 앞에서 장난감을 팔기 시작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사하는 최씨를 보고 장난감을 사주는 사람이 하나 둘 생겼고 이때부터 하루 1000원씩 저축하기 시작했다.

최씨가 악착같이 장사하자 처음엔 동정하던 주변 노점상들이 달라졌다. 최씨의 좌판을 둘러엎고 장사하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했다. 이마가 찢기거나 길거리에 나뒹굴어 흙투성이가 돼 집에 들어간 날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단 하루도 1000원 저축을 거르지 않았다.

자신감을 얻은 최씨는 학교 운동회 날은 풍선과 장난감을, 입학.졸업식 날엔 꽃을 팔았다. 1000원으로 시작한 저축은 어느 새 수천원.수만원으로 늘었다. 이렇게 해서 생긴 통장이 100여개가 넘는다.

그는 10년 전부터는 성당의 노인회에 저축한 돈을 내놓는 등 불우이웃 돕기에도 나섰다. 일곱 개 봉사단체를 돕고 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선 고종철(49.신한은행 삼성중앙지점장)씨가 철탑산업훈장, 이영철(36.햄버거가게 운영)씨가 국민포장을 받았다. 탤런트 김청(본명 안청희)씨가 국무총리 표창을, 개그우먼 박수림씨와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각각 재경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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