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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치주조직 재생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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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부분틀니를 하고 있는 회사원 K씨(55)는 얼마전부터 어금니의 잇몸이 붓고 출혈이 있자 고민에 빠졌다. 남아 있는 어금니를 뺄 경우 틀니를 다시 맞춰야 하는 경제적 부담에다 완전틀니가 그의 나이를 훨씬 들어보이게 할 것이라는 정신적 상실감 때문이었다.

이때 의사가 권한 것은 치주조직 유도재생술. 염증으로 망가진 치주를 회복시켜 치아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시술 덕분에 이를 뽑지 않고 부분틀니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

◇ 잇몸뼈 재생이 열쇠〓치주병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치과질환.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서 이뿌리를 받쳐주는 잇몸뼈와 인대가 파괴돼 이를 흔들어놓는다.

이러한 잇몸질환은 염증이 발생한 부위를 깨끗이 긁어내고 봉합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였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이를 버티고 있는 조직의 일부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씹는 힘이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치아조직을 제거한 빈자리에 뼈가루와 같은 이식재료를 채워주는 골이식술이다. 경희대치대 치주과 박준봉 교수는 "이 경우에도 완전한 재생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조직의 형태는 복원되지만 치아의 힘은 여전히 부족하다" 고 말한다.

치주조직재생술은 잇몸살.잇몸뼈.백악질(치아뿌리와 닿는 표면의 딱딱한 부분).치주인대(잇몸과 이를 이어주는 힘줄)로 구성된 치주조직을 원래대로 살리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이를 단단히 박혀 있게 하기 위해서는 주춧돌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잇몸뼈 재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더욱 간편해진 수술〓치주조직재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인공차폐막이다. 파괴된 치주조직부위를 특수 차폐막으로 막아 치주조직이 재생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마치 어린 싹의 성장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비닐을 씌워주는 원리다. 박교수는 "차폐막이 없으면 물렁물렁한 잇몸살이 뼈보다 빨리 자라들어가 빈공간을 채우기 때문에 이가 약해진다" 고 설명한다.

그동안 차폐막은 조직이 회복된 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그러나 서울대치과병원 정종평 교수팀은 1997년 조직에 흡수되는 재질로 차폐막을 만들어 시술을 한번으로 줄였다.

서울대치대병원 치주과 구영 교수는 "최근에는 치주조직의 재생을 촉진하기 위해 혈소판유래 성장인자나 섬유아세포증식인자와 같은 물질을 집어넣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고 말했다. 시술시간은 1시간~1시간30분 정도, 수술은 보험적용이 되지만 차폐막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최근 치주조직재생술을 적극적으로 응용하는 분야는 임플란트(치아이식)시술.

박준봉 교수는 "무너진 논두렁에 전봇대를 세울 수 없는 것처럼 치주조직이 부실하면 치아를 박을 수 없다" 며 "잇몸뼈를 복원해 이를 이식하는데 치주조직재생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고 말했다. 치주조직은 3~6개월이면 재생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주질환의 예방. 최근 일본에선 유전적으로 치주질환에 걸리기 쉬운 체질을 알아내 적극적으로 예방에 힘쓰고 있다. 이는 백혈구에 있는 단백질수용체(FcrRⅢb)의 유전자 타입을 분석하는 것.

사람은 누구나 NA1과 NA2타입의 두가지 단백질수용체를 가지고 있고, 자식은 부모로부터 이중 하나씩을 물려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NA2 타입 2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세배 이상의 치주질환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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