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통합·의약분업 주도 차흥봉 전 복지부장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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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보 통합.의약 분업을 진두 지휘했던 차흥봉(車興奉.사진)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사회 문제가 된 의료보험 재정 부실과 관련해 "관련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의보 통합.의약 분업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소신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고 수차례 강조했다. 장관직을 떠난 뒤 한림대(사회복지학)교수로 복직한 車전장관을 19일 오후 한림대 서울센터에서 만났다.

- 의보 재정이 부실화한 원인이 당시 무리한 정책 추진 때문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재정 적자와 장관 재임시 정책이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말할 입장이 아니다. 관련 자료 분석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

- 급속한 재정 악화가 예상됐는데도 제도를 추진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국민을 속인 적이 결코 없다는 점이다. 그 시점에서 최선을 다했다. "

- 시행 1년이 채 안돼 커다란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두 가지 다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라는 신념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

- 국민에게 너무 많은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의약 분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의료 파업이 발생해 국민이 많은 불편을 겪었고, 일부 의료비 부담이 늘어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성공할 제도라고 확신한다. "

- '장기적' 이라는 의미는.

"한 세대(30년) 정도는 돼야 할 것이다. "

- 의약 분업을 하면 국민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재정이 파탄 지경이 됐다.

"역시 롱 텀(장기간)을 기준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오.남용이 방지돼 약 사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 부담이 준다고 한 것이다. "

-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사람 중 상당수가 車전장관을 이번 사태의 '주범' 으로 생각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

- 당시 문제점을 보고한 실무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난 아랫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 편이다.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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