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서 돌풍 일본 수입차 CEO들]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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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억원이 넘는 수입차가 즐비한데 혼다의 어코드는 3000만원대다.

"혼다는 고품질의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것이 기본철학이다. 수입차가 비싼 것은 브랜드 가격 때문이다. 마케팅비를 많이 쓰고 차량 내부 옵션을 비싸게 치장하면 혼다차도 그만큼 비싸진다. 우리의 기본정신은 눈속임으로 고객을 유혹하기보다 기술력을 높여 실용적인 차를 만드는 것이다."

-어코드의 돌풍은 가격 매력 때문이 아닌가.

"수입차는 그동안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대부분 5000만원대를 넘었다. 혼다는 3000만원대 혹은 2000만원대 후반에 가격을 맞추고 있다. 수입차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가격 대비 성능은 자신하는가.

"어코드 3.0은 240마력이다. 어떤 고급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다. 실내에 에어백이 8개나 설치돼 있고 충돌시 보닛과 엔진, 섀시 등 충격을 단계별로 흡수하는 G-Con시스템으로 설계돼 있다."

-주된 고객층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기술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30~40대의 의사.변호사와 자영업자가 많다. 스포티한 디자인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어코드인 만큼 젊은 사람들에게 가격 부담도 적고 감각도 맞는 것 같다."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고급 브랜드를 들여올 계획은.

"비싸다고 좋은 차는 아니다. 혼다에도 프리미엄급인 아큐라가 있지만 들여올 계획은 아직 없다. 내년 초쯤 고급 혼다 차종을 들여올 계획이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수입차 시장의 마케팅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혼다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전략이다. 직접 타보고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전시장별로 5대 이상의 시승차를 운영한다. 현재까지 1만여명이 시승했는데 잠재고객층이라 생각한다. 소형 스포츠형 차량인 CRV는 서울 코엑스몰이나 경기 분당 롯데백화점 등에서 무빙 로드쇼를 하고 있다."

-수입차업계가 파격적인 할인 판매나 장기 할부금융 등을 동원하고 있는데.

"혼다차는 국내 어느 매장에서나 똑같은 가격에 팔린다. 가격 변동이 심하면 고객의 신뢰가 무너진다. 고객이 차를 손쉽게 구입하도록 할부나 리스 등 판매조건은 다양화시킬 수 있지만 가격을 깎아 파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런 단일가격 방침 때문에 혼다는 미국 시장에서 중고차 가격이 가장 높은 편이다."

-요즘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가 잘 나가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기술력에 기반한 내구성과 함께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 전기.전자 기술이 뒷받침된 첨단 옵션도 많다. 차량 성능을 최우선시 하는 미국이나 독일차와 다른 점이다. 차량 내부에 운전자를 배려한 편의장치가 많아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어코드만 하더라도 고객중 30%가량이 여성이다."

-국내 시장에서 혼다가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혼다코리아와 딜러 간의 팀워크다. 딜러들끼리 경쟁시키기보다 마케팅 기법을 공유하는 협력관계가 장점이다. 새로 출시하는 차종이나 가격도 딜러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

-첫 스타트가 예상보다 좋다.

"어코드는 판매 다섯달 만에 932대가 팔렸고, CRV는 출시 보름 만에 106대가 예약됐다. 두 차량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오랫동안 성능과 품질이 검증된 제품이다. 어코드 만으로 중저가 수입차 시장은 석권한 셈이다."

장정훈기자

◆ 정우영 사장(55)=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전공을 바꾸었다. 1976년 대림자동차공업㈜에 입사해 오랫동안 오토바이를 만들었다. 당시 혼다 모터사이클을 수입하던 인연으로 2001년 혼다코리아㈜ 사장으로 옮겼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주말이면 혼자서 전국의 산사들을 찾는다. 수입차 업계에 늦게 입성했지만 친화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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