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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칵' 뒤집힌 발칸… 사태 장기화 할수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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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마케도니아 내전으로 발칸반도가 또다시 전운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14일 이래 일주일째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마케도니아 정부군과 알바니아계 반군의 유혈충돌은 역사적.인종적인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고 주변국의 개입 가능성도 커 '또 다른 발칸전쟁' 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 사태의 원인=마케도니아 전체인구 2백만명 가운데 최소 23%에 이르는 알바니아계 소수민족이 마케도니아인에 비해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불만이 무력충돌의 도화선이 됐다.

코소보, 세르비아-코소보 접경지역, 마케도니아에 흩어져 사는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대 알바니아' 독립국가 건설 욕구도 맞물려 있다. 마케도니아 정부는 일부 알바니아계를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직에 진출시켰지만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슬라브계 마케도니아인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불만이다.

◇ 파장과 확전 가능성〓발칸 전문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이 자칫 오판해 사태를 방치할 경우 마케도니아가 수주내에 전면적 전쟁상태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나토는 알바니아계 반군 병력이 현재까지 수적으로 열세라며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마케도니아 정부군의 적극적인 군사 반격에 북서쪽 국경지대로 대피 중인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반군 지지세력으로 돌아서면 미국이 베트남에서 겪었던 것과 비슷한 사태가 마케도니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군사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게 되면 발칸반도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케도니아의 내전은 남동부 유럽 전체가 전쟁에 개입하는 사태로 비화할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와 불가리아가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마케도니아에 병력을 파견하고, 그리스의 군사개입에 민감한 터키가 나토를 부추기며 끼어드는 것이다.

◇ 나토와 주변국 입장〓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나토나 EU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러나 나토의 주축인 미국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며 발칸문제에 되도록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U는 최근 잇따른 광우병.구제역 파동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마케도니아에 대한 강력한 군사개입은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코소보-마케도니아 국경감시에 매달린 코소보평화유지군(KFOR)의 본격적인 마케도니아 개입은 현실성이 없다. 그래서 마케도니아의 유혈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국제적인 고민거리다.

◇ 마케도니아는 어떤 나라〓지정학적으로 그리스.세르비아.불가리아.알바니아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1992년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했다. 93년 알바니아계와 슬라브계 마케도니아인의 무력 충돌 이후 1천여명의 유엔군이 파병돼 주둔하고 있다.

코소보에서 있었던 유고내전이 이곳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알바니아 난민의 대규모 유입으로 인해 나라가 불안정해졌고 이번 유혈사태의 원인이 됐다.

◇ 알바니아 반군은〓알바니아 자치국 건설을 목표로 마케도니아와 그 인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장반군의 주축 세력은 세르비아내 세 지역 이름을 딴 알바니아해방군(UCPMB)과 마케도니아 서북부 일대를 근거지로 한 민족해방군(UCK)이다.

UCPMB는 2천여명의 병력을 기반으로 나토가 지난 99년 코소보와 세르비아 접경지역에 설정한 5㎞ 너비의 완충지역을 무대로 지난해 초부터 본격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마케도니아에서 무장봉기한 UCK군은 최근 수개월간 급조된 조직으로 병력은 2백여명에 불과하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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