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의보재정 파탄 최악의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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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약분업은 좋은 정책인데 행정일방주의로 밀어붙였다. " (민주당 趙世衡고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이해를 구하는 길밖에 없다. " (청와대 고위관계자)

"의료비가 충격적으로 늘어났다. 비상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청와대와 민주당은 19일 민심불만의 핵심인 의약분업과 부도위기에 몰린 의보재정을 놓고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중권(金重權)대표는 "긴장을 늦추지 말고 민심의 흐름과 향배에 관심을 기울여달라" 고 지시했다. 의보재정 파탄문제를 언급하면서다.

심지어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의료비를 덜 지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기 때문에 의약분업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일본식 임의분업을 주장해왔던 朴위원이다.

당 관계자는 "국민 불편에다 의료비까지 늘어나 '의약분업 재검토론' 이 당내에서조차 다시 거론되는 상황" 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선 의보재정 파탄이 의보료 인상으로 이어져 민심이 결정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경보음을 내고 있다.

당 기획조정위(위원장 丁世均의원)는 "정권 초기의 국민연금 확대처럼 정치적 악재가 될 우려가 있다" 는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이 "의보재정 악화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는 성명까지 낸 것도 그 때문이다.

金대통령도 "의약분업은 내 책임이 가장 크다.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지만 지금 보면 준비가 부족함을 느낀다" (17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하면 집권 하반기 金대통령의 국정운영 기반을 헝클어뜨리고 정책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고 걱정했다.

올해 들어 '강한 여당론' 으로 간신히 민심흐름을 바꿔놓은 상황에서 돈 문제가 걸린 의보재정 문제는 그만큼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은 "뾰족한 정책수단이 없다" 며 고심하고 있다.

정책위 관계자는 "의약분업 뒤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의보수가를 대폭 인상한 것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 고 진단했다.

그래서 "의료비와 국민보험공단의 관리비 지출을 먼저 줄여야 한다" 는 것이다.

남궁석(南宮晳)정책위의장은 "의보료 인상폭을 10% 정도로 줄이려면 지출구조를 합리화해 2조5천억~3조원 가량을 해결해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南宮의장은 "그러나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소액진료 상한제나 건강증진세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고 덧붙였다.

의약분업 재검토론에 대해서도 "정책 자체를 되돌리는 것은 안된다" 는 입장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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