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 받은 보건복지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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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서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관련해 심한 질책을 받은 보건복지부(http://www.mohw.go.kr)는 19일 장관 주재의 대책회의를 하루종일 여는 등 긴박했다.

최선정 장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점심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관련 실.국장들과 대책회의를 연 뒤 잠시 휴식하고 다시 오후 4시까지 회의를 주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문책 여론 속에서 복지부가 위기에 휩싸인 하루였다.

복지부는 당초 19일 오전 10시 민주당 정책위와 당정협의를 열고 11시쯤 정부 과천청사에서 장관 기자회견을 통해 복지재정 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해야 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고도 취소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과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좀더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종합대책 발표를 미루기로 했다" 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재정 위기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나 의약분업.의보 통합을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발상은 비현실적"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의 상당수 공무원은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은 정치권에서 시행키로 결정했고, 우리는 실무 집행만 했는데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십자포화를 퍼붓는 게 말이 되느냐" 고 반발했다.

이 두 정책에 관여한 사람들은 "책임을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당에서 정책을 결정하면 옳고 그름을 떠나 그에 따르는 게 직업공무원이지 않느냐" 고 울분을 토로했다.

崔장관은 회의에서 "의약분업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을 인정한다" 며 "30년 이상 복지부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정책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이번 일을 깨끗이 해결한 뒤 떠나고 싶다" 며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복지부가 이날 발표하려던 보험재정 안정대책의 골자는 ^보험 진료비.약값 지급 심사 강화 등 지출 억제를 통한 보험재정 절감^보험료 15~20 % 인상^국고 1조원 이상 추가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발표하려던 종합대책에는 현행법상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이 포함돼 있다" 며 "이들 대책만 실행하려 해도 의료계와 약계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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