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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체육활동 생활화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봄이 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이제 운동으로 깨어나게 할 때다.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여가 및 레저욕구가 증대하면서 스포츠는 삶의 질과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고 국위도 선양하고 있다. 사회.병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기도 한다.

덴마크는 전쟁의 폐허에서 국가재건의 용기를 심어주기 위한 사회운동의 하나로 체조를 활성화했고, 독일은 '골든 플랜' 이라는 체육정책을 범국민적으로 펼쳐 오늘의 기반을 구축했다. 미국도 1956년 '신체적성 및 스포츠에 관한 대통령 위원회(PCPFS)' 가 전 국민에게 운동을 장려했다.

그 결과 '테네코' 라는 회사 임직원의 평균 의료보험 청구액은 신체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 1천5백35달러, 운동을 생활화한 여성은 6백39달러였다. 남자의 경우도 운동이 의료비를 절반 정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평균수명은 74세지만 건강수명은 64세다. 10년이 넘게 각종 질병으로 고생한다는 얘기다. 질병에 따른 생산성의 손실은 국내 총생산의 1.5%인 6조5천5백억원에 이른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도 지난 10년간 학생들의 체격은 크게 향상됐으나 달리기.턱걸이 등 체력은 오히려 약해져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요즘 기업이나 가계 할 것 없이 IMF 때보다 체감경기가 나쁘다고 한다.

경기활성화나 생활정치 구현 등도 필요하지만 우리들에게 보다 절실한 것은 '다시 뛸 수 있다' 는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육활동은 국민의 재활의지를 북돋우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체육은 세계 10위권이다. 하지만 정작 생활체육의 여건은 참여율 38.8%(97년 기준)가 말해주듯 아직도 부족하다. 더욱이 청소년들의 활동공간인 학교체육은 열악한 시설에다 입시위주의 교육풍토로 인해 점점 고사해 가는 추세다.

그동안 인근 등산로나 약수터 등의 자투리땅을 이용해 동네체육시설을 조성하거나 대도시 중산서민층이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센터를 건립.지원해 왔다. 하지만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못지 않게 절실한 게 국민 모두가 1인1종목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부족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둘째, 운동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야 하며 셋째, 체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난해 국민체육공단에서는 13곳의 학교운동장에 32억원을 들여 육상용 우레탄트랙, 농구.테니스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구장과 잔디구장을 운동장 여건에 따라 설치.지원했다. 올해는 이를 더욱 확산하고 학교부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친환경적인 요소를 가미해 수영장을 기본으로 갖춘 체육센터를 시범 보급.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게 개발한 운동프로그램인 '새천년건강체조' 를 TV와 현장지도 등을 통해 보급하고 있다. 18개 동작으로 구성된 건강체조는 6분 정도 걸리지만 운동효과는 중간강도의 에어로빅보다 더 많은 분당 6.3㎉로 나타났다.

체육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으며 건전한 정신함양과 스트레스 해소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국가차원에서 이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그로 하를렘 브룬틀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는 "인간기본권에 건강을 포함시켜야 한다" 고 강조했다. 국민 한 사람이 한가지 종목이라도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활기차고 젊어질 것이다.

최일홍 <국민체육공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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