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백화점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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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구 동아백화점의 점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중구 덕산동의 쇼핑점 모습. [화성산업 제공]

8일 오후 화성산업㈜의 이인중 회장이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백화점 등 유통사업부문을 서울의 이랜드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거대 유통그룹 체제로 유통시장이 재편되면서 지역 백화점으로서 한계가 있었다”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해외 개발사업과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화성산업은 유통사업부문을 이랜드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매각 가격은 2680억원, 대상은 동아백화점 본점·수성점·쇼핑점·강북점·구미점, 포항·대구수성 동아마트, 동아스포츠센터, 물류센터 등이다.

지역 유통업계는 불투명한 사업 전망을 매각 이유로 꼽았다. 서울의 대형 백화점들이 잇따라 대구에 진출하고 있어서다. 올 9월 동구에 롯데 복합쇼핑몰이, 내년 8월에는 동아백화점 쇼핑점 옆에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자본·영업력이 떨어지는 지방 백화점이 이들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동아백화점은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이 들어선 이후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서울의 백화점업체가 아닌 이랜드가 인수하는 배경도 관심거리다. 이 회장은 “이랜드가 패션·디자인사업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데다 해외영업망까지 확보해 패션 등 지역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랜드가 동아백화점을 중·저가 매장으로 운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고급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는 다른 백화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구백화점의 손병주 홍보팀장은 “38년간 선의의 경쟁을 해왔는데 안타깝다”면서도 “이랜드가 인수하더라도 고객층이 달라 영업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들은 “새로운 기업이 인수한만큼 서비스도 더 좋아질 것” “서울로 자금이 유출돼 지역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동아백화점의 한 간부는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불안해하는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동아백화점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이랜드의 협력업체로 교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은 “외지 업체가 지역기업을 인수할 경우 자금의 역외 유출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랜드가 지역 밀착 경영을 통해 대구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58년 대구에서 건설업으로 출발한 화성산업은 72년 동아백화점을 개점하면서 유통업에 진출했다. ‘건설’과 ‘유통’을 중심으로 성장한 화성산업은 96년 금탑산업훈장을,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토목건축기술대상을 받기도 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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