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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MBC는 역시 ‘노영(勞營)방송’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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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MBC가 여의도를 무대로 3류 드라마라도 찍고 있는 것인가. 김재철 신임 사장과 노동조합, 그리고 최대 주주이자 경영 감독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가 서로 밀고 당기는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어제로 예정됐던 김 사장 취임식은 방문진과의 인사 갈등으로 무산됐다. 방문진의 권한에 따라 선임된 이사를 김 사장이 자회사 대표로 전출시키려다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달 초 노조가 출근을 저지하자 주차장에 천막 집무실을 마련해 의지를 과시하는 듯하더니, 금세 노조원들 앞에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했다. “MBC의 독립과 자율성을 지키겠다. 정권과 싸우겠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한강에 돌을 매달아 빠뜨려라”고 노조 듣기 좋은 말들을 연발했다. 이사급 본부장 두 명을 갈아치우는 조건으로 정상 집무를 보장받기로 노조와 합의도 했다. 그러다가 방문진 이사들을 만나서는 “생각이 짧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니, 좌고우면(左顧右眄)인지 좌충우돌(左衝右突)인지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한편에서는 김 사장의 모호한 처신으로 보아 MBC 개혁은 물 건너갔다고 여기는가 하면, 거꾸로 일부 시민단체는 노조가 사장 퇴진 요구를 왜 접었느냐며 지청구다.

누가 MBC의 사장이나 본부장을 맡든, 누가 이사가 되든 안 되든, 계열사 대표로 전출되든 말든 우리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일련의 사태를 통해 명백히 확인된 것은 MBC가 ‘노영(勞營)방송’이라는 점이다. 정상적인 노사관계 속의 노조가 아닌 이념편향적 노조 탓에 작게는 사장 출근부터 크게는 방송의 정확성·공정성까지 흔들린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국민을 선동하고 시청자 의견을 조작하는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행태가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우리는 본다. 그러니 “파업에 동참해 당분간 여러분을 뵐 수 없다”는 앵커 멘트가 나오고, 공식 사과방송마저 노조원들의 방해로 본사에서 방영하지 못하고 자회사가 송출한 영상을 중계해 내보내는 것 아닌가. 차라리 3류 막장 드라마라면 안 보면 그만이다. 노조 입김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공영방송의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