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상의 '무역장벽 보고서' 와 한국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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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부품으로 수입한 외국산차 타이어의 안전검사를 국내 제조회사에 의뢰하는 것은 부당하다. "

"화장품 향이 날라가지 않도록 하는 셀로판 포장까지 규제하는 것은 심하다. "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는 최근 '2001년 무역장벽 보고서(http://www.eucck.org/trade2001)' 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서 EU상의는 한국 시장의 불공정 관행과 규제 등이 한.유럽간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정을 요구했다.

◇ 관행.규제 시정 요구〓자동차 부문에서는 수입 타이어의 안전검사를 국내 타이어 제조회사에 맡기는 현행 제도를 지적했다.

산업자원부가 자동차 수출입 통계를 잡을 때 수출시엔 '중화학공업품' 으로, 수입시엔 '소비재' 로 분류하는 것도 수입차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편향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EU상의의 김효준 자동차 분과위원장(BMW코리아 대표)은 "국산차를 한 해에 1백60여만대씩 수출하면서 수입은 4천4백여대(골프 카트 제외)만 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고 주장했다. 그는 "수입차를 사면 세무조사를 받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며 "국세청이 이런 막연한 두려움을 말끔히 씻어 줘야 한다" 고 주문했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셀로판 포장을 '3차 포장(화장품 용기와 종이박스를 제외한 포장)' 으로 분류해 사용을 제한하고, 용기를 박스로 포장한 후 남는 공간을 10% 아래로 제한하는 등 규제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김상주 화장품 분과위원장(로레알 코리아 대표)은 "화장품의 경우 포장 자체가 상품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기능이 큰데도 이를 무시한 규제들이 많다" 며 "향수가 이미 보편화한 상품인데도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비현실적" 이라고 주장했다. 식음료 부문에서는 국내 맥주생산업체들이 맥주의 원료인 국산으로 전량 구입하도록 하는 '양조보리 쿼터제' 를 문제삼았다.

양조보리는 국산이 외국산보다 3.5배 가량 비싼데도 국산을 의무적으로 구입케 하는 것은 부당하는 것이다.

조세 부문에서는 스톡옵션 3천만원까지에 대해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과세특례제한법을 국내법인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인에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 우리 정부의 입장〓외교통상부는 이 보고서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5월께 정부의 공식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EU상의측과 분과별로 협의체를 만들어 대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수입 타이어 검사 문제와 관련, "EU에서 인증받은 제품의 경우 국내 검사를 면제하는 쪽으로 개정 중" 이라고 밝혔다.

수입차 통계 분류에 대해선 반론을 폈다. "수출용 국산차는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에서 소비하지만 수입차는 국내에서 소비된다는 점 때문에 소비재로 분류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측은 셀로판 포장 규제와 관련, "자원절약 및 재활용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 이라며 "규제보다는 포장재를 재활용 재질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겠다" 는 입장이다.

농림부는 양조보리 쿼터제와 관련, "생산농가의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국내 업체들이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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