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법조계에 '여풍' 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대구 법조계에도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여성 판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최근엔 처음으로 검사가 임용되고 변호사도 등장했다.

보수적인 도시에서 여성 법조인들이 늘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 12명의 판사가 근무중이다.

최고참은 대구고법의 이은신(37.제1민사부.사법시험 30회)판사. 이판사는 "법관이 인격적으로 존중되고 외부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해볼 만한 분야" 라며 "일에 만족한다" 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구에 연고가 없으나 남편이 영남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이어서 1998년 8월 대구 근무를 자원했다.

여판사가 늘면서 모임도 생겼다.

이들은 "여성 판사가 아직 적은 만큼 서로 자주 만나자" 며 의기투합, 분기별로 한번씩 모여 식사하며 재판업무나 생활의 고충을 서로 털어놓는다.

이 자리에는 재판은 물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눠 늘 웃음꽃이 핀다. 한명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참여율도 높다.

모임의 총무인 임해지(33.대구지법 제2형사부)판사는 "서로 자주 만나자는 뜻에서 만든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 고 말했다.

홍일점 검사도 지역에 처음 탄생했다. 지난 2월 부임한 대구지검 최초의 여검사 한윤경(29.형사1부)씨는 초임검사답지 않게 한달 3백여건의 사건을 거뜬히 처리한다.

선배 검사들은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면서 "그러나 성격이 꼼꼼하고 치밀해 초임답지 않게 일처리를 잘한다" 고 입을 모았다.

또 수사가 벽에 부닥치면 일일이 선배 검사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할 정도로 업무에도 적극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부산 문현여고, 경북대 법대를 나온 정현수(32)변호사는 대구지역 2백83명의 변호사 중 유일한 여성이다.

97년 3월부터 판사인 남편이 근무하던 창원으로 가 법률구조공단 창원지부에서 무료변론을 맡았다. 이후 연수원 동기 3명과 함께 대구에서 합동법률사무소를 냈다가 지난 1월 단독개업했다.

정변호사는 "이혼.가정폭력 등 주로 어려운 여성들을 도와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고 개업 동기를 밝혔다.

그는 무료소송대리.상담.강연 등 실적에서 꼴찌였던 법률구조공단 창원지부를 1년여만에 전국 1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자치단체의 10여개 위원회에서 활동할 정도로 사회활동에도 열심이다.

여성 법조인이 해마다 늘면서 시민들이 이들에 거는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홍권삼.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