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리베라, 솥뚜껑 손으로 강속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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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소방수로서는 딱 어울리는 이름을 가졌다. 영화 '리베라 메' 에서 구원이란 메시지가 전달됐고 지구촌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와도 성(姓)이 같다. 불패라고 불렸던 국내 최고 소방수 임창용을 밀어낸 벤 리베라(32.삼성.사진)다.

우선 불펜에서 마운드까지 걸어 올라갈 때 그 사이즈에 위축된다. 2m1㎝.1백14㎏으로 올해 등록된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최장신.최중량의 위압감이 타석에 전달된다. 게다가 검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타자를 움츠러들게 한다. 솥뚜껑만한 손으로 야구공을 좀 심하게 표현하면 탁구공 던지듯 한다.

지난 11일 제주 시범경기에서 첫 선을 보인 그는 LG를 상대로 1백51㎞의 빠른 공을 선보였다. 네 타자를 상대해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삼진.내야플라이.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그러나 경기 후 "오늘은 스피드가 덜 나왔다" 고 투덜거렸다. 13일에는 SK를 상대로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아웃카운트 세개는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리베라는 도미니카 출신으로 메이저리그(1992~94)와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1998~99)를 거쳤다. 30세이브 이상 가능하며 단기전에서는 확실한 마무리를 보증할 수 있다는 평가다.

2m가 넘는 키에서 내려꽂는 빠른 공은 다른 선수들의 빠른 공에 비해 타석을 지나치는 순간이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때려내기가 더 힘들다.

그러나 리베라에게도 결점은 있다. 98년 일본에서 감독에게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대들다 1백만엔의 벌금을 냈다. 그래서 성질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관건이다. 그건 김응룡 감독의 몫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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