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딜러의 필수품 '인스턴트 메신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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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A증권 채권트레이딩팀 사무실. 10여명의 채권 트레이더들이 각자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자판을 분주히 두드리고 있다.

"국고 1학년1반 '.01' 에 산다. "

"통닭 '.35' 팔자 있어?"

국고 1학년1반은 국고채 2001년 1월물을, 통닭은 통화안정증권 당발물(가장 최근 발행된 채권)을 뜻하고 '.35' 나 '.01' 은 5.35%와 6.01% 등 채권수익률의 앞자리를 떼고 표현하는 이들만의 암호다. 이밖에도 '외당' 은 외보채 당발물이고 '통딱' 은 낙찰받은 통안채의(실물 인수이전) 딱지를 말한다.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채팅이 가능한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ger)' 가 채권 딜러.브로커는 물론 주식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데이트레이더의 필수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 메신저 없이는 채권 거래 못한다〓LG투자증권 손영호 대리는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두대를 켠 뒤 인스턴트 메신저를 가동한다.

두대의 모니터 상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각각 10~20여명의 참가자가 분주히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회의방 이름은 '젊은 채권' . 자연히 자판 위를 오가는 손대리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최근 들어 금리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채권수익률을 파악하고 각종 정보를 얻는 데는 메신저만큼 유용한 수단이 없다. 거래가 확정되면 불과 몇 초 만에 수백여명의 채권시장 참가자들에게 알려진다.

특히 일반 투자자보다는 전문 딜러나 브로커들의 장외거래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채권거래의 특성상 채권 딜러에겐 더 이상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돼 버렸다.

◇ 채권시장 활성화와 투명한 거래에 기여〓e-메일이 인터넷상의 편지라면 인스턴트 메신저는 인터넷의 전화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시시각각 시세가 달라지는 채권시황을 파악하거나 주식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데이트레이더들이 증권가의 정보나 루머를 수집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엔 유명 인사의 사망설은 물론 연예인의 사생활 정보까지 급속도로 퍼져 나가 증권가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영호 대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채권 딜러들이 메신저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메신저 없이는 일을 하지 못할 정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며 "전화를 이용하던 때에 비해 거래가 훨씬 투명해졌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장영규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도 "메신저끼리 호환성이 없기 때문에 딜러들 대부분이 3~4개의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며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정보교환의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소문이 마구 유포될 위험이 있다" 고 지적했다.

◇ 인스턴트 메신저란〓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서 인터넷상에서 실시간 메시지 교환은 물론 여러 사람이 채팅을 하거나 파일 전송까지 가능한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야후.AOL 등 외국업체는 물론 프리챌.소프트메신저 등 국내 업체의 소프트웨어까지 수십여종이 나와 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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