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박정상-서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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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黑99, 朴초단에겐 엎친 데 덮친 수

제6보 (99~121)〓하변 전투가 마무리되면서 국면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흑은 초반 우상 접전에서 형세를 리드했으며 하변 일대에서도 최소한 밑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지금 바둑은 어찌 돌아가고 있을까. 편의상 99를 희생타로 해 103까지 선수로 젖혀 이은 시점에서 집을 세어보자.

▶흑집〓우상 7집, 좌상 26집+두터움, 좌변 10집, 하변 9집. 합계 52집+두터움.

▶백집〓좌하 6집, 우하 16집(백A가 선수된다고 본다), 우상 5집, 좌변 9집, 중앙 6집, 덤 6집 반. 합계 48집 반.

흑은 조금 깎았지만 프로들이 안정권으로 여기는 반면 10집, 즉 3집 반을 이기고 있다. 그것도 흑▲ 쪽의 두터움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朴초단은 패배를 느꼈다. 투지 넘치는 朴초단이지만 이 판의 승부처는 이미 지나갔음을 절감하고 있었다.

"희망이라면 오직 우변에서의 끝내기인데 중앙이 은근히 엷어 도저히 집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백은 두점을 빵때렸는 데도 엷어요. 자칫하면 사활을 걱정할지 모를 형편이었습니다. " (朴초단)

선수를 쥔 徐9단은 99로 가만히 던져 넣었는데 이 수가 또한 날카로워 朴초단은 남은 시간을 여기서 다 털어 넣고 초읽기에 몰리게 된다.

105가 또한 백에는 뼈아픈 곳이었다. 111 자리에 끼워 이으면 선수인데 그 기회를 놓쳤다. 105는 더구나 실전에서 나타난 117의 노림수를 내다보고 있어 徐9단은 이 수를 둘 때 속으로 빙긋 웃었을 것이다.

지려야 질 수 없는 상황을 즐기며 徐9단은 어언 낙관 무드에 젖어 들고 있었다. 당장 백 두점을 잡지 않으려면 115는 불필요한 수다. 오직 연결만을 생각한 119도 온건하고 편한 수.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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