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쪽 바라보는 '성형 주방'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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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주방은 주부의 공간이다.가족 가운데 주부만큼 주방에 오랜 시간 머무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주방에선 주부가 '왕'이다.그렇지만 대부분 주부들은 주방에 들어서면 왕은커녕 조선시대 '부엌데기'로 전락한다고 투덜댄다.

전기밥솥 ·커피메이커 등이 올라와 비좁은 싱크대는 그럭저럭 이해할 만하지만 한결같이 벽을 바라보고 일해야 하는 아파트의 주방 구조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정윤희(34)주부는 "남편과 아이가 거실에서 깔깔거리고 있어도 주방에 있으면 왜 그런 지 전혀 분위기 파악이 안된다"며 "특히 식사후 설거지를 할 때면 가족과 생이별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편 때문에 요즘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는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아일랜드(섬)형 주방을 도입한 곳이 많다.또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변형된 아일랜드형으로 주방을 개조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평수를 넓혀 이사한 어윤경(38 ·서울 양천구 목동)주부는 폭 0.9m, 길이 1.8m에 개수대 두 개를 넣은 조리대를 주문해 설치했다.조리대 위치는 기존 식탁자리이며 주부는 거실을 보며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어씨는 "5백여만원이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만족을 얻고 있다"며 "음식을 만들면서 아이들을 식탁에 불러 공부시키고,설거지를 하면서 남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자랑했다.

아일랜드형 주방은 개수대 ·가열대 ·조리대에 식탁 기능까지 한데 모아 주부가 주방 일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식사까지 가능하도록 만든 형태다. 또 싱크대 하단에 넉넉한 수납공간을 만들어 주부들의 고민거리인 자질구레한 주방용품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다.

주방가구 전문업체인(주)한샘의 금문숙(33)마케팅 과장은 "가열대와 식탁이 연결돼 있어 주부들이 불안하게 뜨거운 음식을 들고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며 기능성 ·안정성 면에서도 뛰어난 점을 꼽았다.

그러나 아일랜드형 주방은 설치비가 비싸고,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단점이 있어 30 ·40평형대 중형 아파트에서는 어씨처럼 식탁을 그대로 두고 개수대나 조리대용으로만 구성하던가, 조리대와 간이식탁만을 설치한 카운터 스타일의 변형 아일랜드형 주방이 인기다.

20평형대 소형 아파트에서는 기존의 조리대를 넓게 연결해 간이식탁으로 사용하거나 홈바 형태로도 변형하면 '열린 주방' '대화있는 주방'이 가능하다.

아일랜드형이나 변형 아일랜드형 주방을 꾸미는데 드는 비용은 상판의 재질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데 중저가제품으로 카운터형 식탁을 만들 경우 1.5m를 기준으로 50만원선, 가열대와 개수대가 있고 폭 1m 길이 1.6m일 경우엔 보통 3백만원선이다. 물론 조리대 하단부에 다른 주방기기를 설치할 경우엔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부대공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부엌가구가 대부분 벽면에 접해 있어 개수대나 가열대를 옮길 경우엔 상하수도 ·환기구 공사비가 추가되기 때문. 큰 공사가 아니면 넉넉하게 50만원 정도 각오하면 된다.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이경현(34)씨는 "주방을 아일랜드형으로 개조한 가정에선 남편 ·아이들이 부엌 일을 돕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가족의 생활공간이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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