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사업도 거드는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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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주말을 고비로 현대그룹에 활기가 돌고 있다. 1주일 전만 해도 계열사들의 자금난에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의 건강 악화까지 겹쳐 서울 계동 현대 사옥을 짓누르고 있던 먹구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주 들어서는 현대건설.전자.석유화학 3사에 이어 좌초 위기에 빠진 현대아산의 금강산 사업에도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구원의 손길을 뻗칠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북한측의 관광료 경감 방안 수용을 전제로 금강산 카지노와 면세점 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현대와 북한이 관광료 조정에 합의할 경우 카지노.면세점 설치 문제를 적극 검토할 것" 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앞둔 시점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금강산 관광사업 문제는 당사자인 현대와 북한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2월분 관광료 지불금을 약정 금액의 6분의1인 2백만달러밖에 보내지 못하는 등 금강산 관광사업이 위기 상황에 몰리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13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누적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측 사정을 북한측에 설명한 뒤 관광료 경감 방안 등을 거론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0일 방북한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도 북한측 관계자들과 금강산 문제를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金장관의 방북 때 북한측에 원칙적인 선에서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정부가 자금 지원을 하거나 금강산 사업 자체를 인수하는 등의 직접 개입은 못하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긴 하지만 관광료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게 돼 사업성이 확보되면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측면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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