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안 돕네" 8회 2사까지 퍼펙트 배영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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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7회부터 노히트노런 욕심이 났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은 것 같네요."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당사자인 배영수의 표정도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타자들이 조금만 도와줬으면 대기록을 이룰 수 있었는데. 그러나 끝내 타자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1차전에서는 직구 위주로 던지다가 맞았는데 오늘은 코너워크를 많이 구사했다. 마음먹은 대로 잘 됐다. 팀도 이기고 퍼펙트도 기록했으면 했는데 안타깝지만 그나마 비겨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기록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날 투구는 '완벽'이었다. 1m84㎞.84㎏의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내는 최고 150㎞의 직구 외에 130㎞대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는 두뇌 피칭으로 현대 타자들을 철저히 농락했다.

지난해 시즌 13승을 기록했지만 당시까지 그는 직구 스피드가 좋은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그러던 그가 1년 사이에 국내 최고 투수로 수직상승했다. '선동열 효과'다.

올해 초 삼성에 합류한 이른바 '국보급 투수' 선동열 코치는 지난 겨울훈련에서 배영수를 포함한 젊은 투수들에게 개인당 무려 3000개의 투구훈련을 시켰다. 특히 어깨에만 의존하던 배영수의 투구 폼을 하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군더더기 없이 물흐르듯한 유연한 동작으로 변신한 배영수는 올 시즌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투구내용을 보여줬고, 결국 한국시리즈 '10이닝 무안타'라는 대기록까지 거두게 됐다.

대구=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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