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배영수 '10이닝 노히트노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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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삼성의 투수 배영수(23)가 한국시리즈에서 10회까지 노히트노런(무안타 무실점)하고도 0-0이 돼 대기록을 인정받지 못하는 국내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배영수는 25일 대구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등판, 9회까지 볼넷 한 개만을 내주고 현대 타자들을 완봉했다. 그러나 삼성도 현대의 피어리-이상열-신철인-조용준에게 산발 2안타 무득점에 그쳐 연장에 돌입했다.

배영수는 연장 10회초에도 등판, 최고 구속 147㎞짜리 강속구를 던지며 삼자 범퇴시켰다. 10회까지 총 116개의 공을 던져 볼넷 하나에 삼진 11개를 잡으면서 내야 땅볼 9개, 내야플라이 4개, 외야플라이 6개를 기록한 완벽한 투구였다. 하지만 삼성 타자들이 10회말에도 득점에 실패, 11회초에 권오준으로 교체돼 아깝게도 대기록을 인정받지 못했다. 노히트노런 기록을 인정받으려면 9회 이상 끝까지 완투해야 한다. 배영수는 이날 8회 2사까지 단 한 명도 1루에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게임을 펼치다가 박진만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 삼성 선발투수 배영수가 9회초 송지만을 삼진아웃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배영수는 10회까지 볼넷 하나만 내준 채 노히트 노런으로 현대 타선을 막았지만 11회초 권오준으로 교체돼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대구=연합]

한국시리즈 노히트노런은 1996년 10월 20일 현대와 해태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현대의 정명원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운 바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총 10차례의 노히트노런이 있었다.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0-0으로 비겨 이닝 제한(12회) 무승부로 끝났다. 1승2무1패. 포스트시즌에서 0-0 무승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두 차례 무승부도 처음이다. 현대와 삼성은 27일 잠실로 장소를 옮겨 5차전을 벌인다. 한국시리즈는 4승을 먼저 거두는 팀이 우승한다. 만일 8차전까지도 3승2무3패가 된다면 9차전을 치르는 전무후무한 일도 벌어진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철저한 투수전이었다. 12회까지 현대의 안타는 단 1개, 삼성도 4개로 양 팀 최소 안타 기록까지 나왔다.

현대 선발 피어리도 6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삼진을 8개나 잡는 호투를 했다. 6회까지 양 팀 무득점은 물론 무잔루.무사사구.무실책의 경기가 이어졌다.

삼성은 마지막 12회말 선두 박한이의 안타와 볼넷 2개로 얻은 2사 만루의 기회에서 강동우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승리의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현대는 11회초 1사 후 박진만이 권오준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때려 유일한 안타를 기록했다.

◆양 감독 말=김응룡 삼성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홈 플레이트를 밟으며 "여길 못 밟았다"고 아쉽게 말했다. 그는 "타선이 너무 약했다. 그렇지만 이런 야구도 즐겁지 않으냐"는 소감을 밝혔다. 김재박 현대 감독은 "배영수의 완벽한 투구를 우리 타자들이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5차전에서는 짧은 스윙을 훈련시켜 나오겠다"고 말했다.

대구=손장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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