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나스닥 2,000선 위협…바닥은 어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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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나스닥의 바닥은 어디인가. 첨단기술주들의 집합소인 미 나스닥증시가 지난 1년 동안 3천포인트(59.3%)나 폭락했다.

지난해 3월 10일 5, 04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나스닥지수가 지난 9일 2, 052로 주저앉은 것이다.

닷컴기업의 대표주자인 야후는 한때 시가총액이 1천2백50억달러(약 1백56조원)에 달했으나 지난 9일에는 93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소매회사인 아마존의 시가총액도 3백64억달러에서 42억달러로 급감했다.

◇ 왜 폭락했나〓기술주에 대한 '맹신' 이 '환멸' 로 바뀐 탓이다. 1999년 10월까지 2, 000대에서 맴돌던 나스닥지수는 그 해 11월부터 급등세로 돌변했다.

새 천년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일제히 첨단기술주로 쏠렸던 것이다. "상승세가 지나치다" 는 경계론도 있었으나 그것은 곧 "인터넷을 몰라서 하는 소리" 로 평가절하됐다.

지난해 4월 대폭락 때에도 닷컴기업의 '옥석 가리기' 가 진행 중이며 살아남는 닷컴기업들은 계속 잘 나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된 미국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매출이 부진해지고 정보기술(IT)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실제로 IT기업들의 실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칩 제조업체인 인텔이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4분기보다 25% 줄어들 전망이라고 발표하자 가뜩이나 취약하던 시장기반이 또한번 크게 흔들렸다.

미국의 2월 실업률(4.2%)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발표도 금리가 인하된다 해도 큰 폭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을 낳으면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 전통기업들은 건재〓신경제의 닷컴기업들이 대거 몰락한 반면 전통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0개 우량 기업의 주가지수인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나스닥이 최고조에 달했던 1년 전에는 10, 000선이 무너졌으나 최근에는 10, 000선을 조금 웃돌고 있다.

월가의 유명한 투자가 워런 버핏이 기술주를 무시하고 굴뚝기업에 주로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이를 증명해 보인다. 그가 경영하는 버크셔 해더웨이사의 지난해 순익은 33억달러로 전년(15억달러)의 두배를 넘었다.

◇ 향후 전망은〓여전히 밝지 못한 편이다. 첨단기술 업체들의 매출 및 순익 전망이 당분간 계속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증권의 첨단기술주 투자전략팀은 최근 "현재 첨단기술 산업은 PC에서 네트워크로 이동하면서 전환기를 맞고 있고 수익구조도 불안정한 상태" 라며 "조정기가 끝나기 전에는 기술주의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 것" 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투자전략가인 피터 카넬로는 "현재 나스닥의 하락은 인텔.시스코 등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형 업체들의 수익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 이라며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된다면 3~6개월 후에는 나스닥시장이 상승세로 반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주정완.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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