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면 멈추는 청소기, 화상 방지 조리기구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최근 대전의 한 가정집에서 초등학생이 드럼세탁기 안에 들어가 놀다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다른 지방에선 냉장고 문이 파열되는 사고로 인명을 빼앗길 뻔한 일이 있었다. 가전업계도 건설업계처럼 ‘안전 제일’ 간판을 공장이나 영업현장 곳곳에 붙여놔야 할 판이다. 안전문제를 소홀히 하다 고전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반면교사다.

업계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똑똑한 안전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도 이런 기능을 원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내놓은 ‘가정 내 어린이 안전사고 주의보’ 보고서를 보면 14세 이하 어린이의 가정 내 안전사고는 2005년 2072건에서 2008년 4000건을 넘기는 등 가파르게 늘었다. 안전사고 발생장소도 방과 침실이 15.6%(1856건)로 가장 빈번했고, 거실(9.3%)·욕실(4.8%)·계단(3.9%) 순이었다. 가전제품이 많이 비치된 장소 순서대로여서 ‘안전 가전’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서울의 전자제품 쇼핑몰인 테크노마트의 박상후 홍보팀장은 “근래 가전제품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드럼세탁기와 다리미 등 생활가전을 구입할 때 안전기능을 꼼꼼히 확인하는 고객이 늘었다. 업체들도 판촉 때 제품의 안전성을 부쩍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장 흔한 기능은 제품이 스스로 잠그고, 차단하고, 끊어주는 것이다. 독일 밀레의 ‘빌트인 인덕션 호브’는 어린이들이 호기심 때문에 한껏 달궈진 열판에 손을 올리더라도 화상을 입지 않는다. 자석 원리로 가열해 금속에만 열이 전달되고 피부에는 전달되지 않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또 네 가지 크기의 열판은 조리영역 위에서 냄비 크기를 자동 인식해 크기에 따라 알맞은 양의 열을 전달한다. 조리 후 냄비를 빼면 전원이 저절로 꺼진다.

네덜란드 필립스의 이온다리미는 ‘자동 전원차단 기능’을 탑재해 다림질을 하다 잠시 자리를 비울 때 깜빡 잊더라도 안심이다. 모션 센서가 제품 사용상태를 스스로 확인한다. 움직이지 않고 수평으로 놓여 있을 때는 30초, 수직으로 놓여 있을 때는 8분 만에 전원이 자동 차단된다.

밀레의 ‘빌트인 인덕션 호브’. 자석의 원리로 작동돼 금속으로만 열이 전달된다(左). 필립스의 이온다리미. 움직이지 않고 수평으로 놓여 있으면 30초 만에 전원이 차단된다(右).

‘인체 인식 안전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리홈의 ‘15초 스팀청소기’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면 기계가 이를 인식해 스팀분사를 스스로 멈춘다. 사용하지 않은 채 10분 지나면 전원이 저절로 꺼진다.

윤일숙 밀레코리아 마케팅팀장은 “작동 중인 식기세척기의 문을 어린이가 열 경우 분출되는 열기에 화상을 입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아예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차일드 락(Child-Lock)’ 기능을 앞다퉈 장착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하우젠 ‘버블드럼세탁기’에는 어린이 보호용 ‘안전 도어’ 기능이 추가됐다. 세탁기가 작동될 때 문을 열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또 세탁 중 어린이가 기기를 조작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가 설정됐다. 동양매직의 ‘나노실버 카타닌 정수기’는 자동복귀형 온수 안전기능을 장착했다. 온수를 쓴 뒤 5초가 지나면 냉수기능으로 자동 복귀토록 해 부주의에 따른 어린이의 화상을 예방한다.

리홈의 ‘15초 스팀청소기’. 손잡이에서 손을 떼면 자동으로 스팀분사가 멈춘다(左).삼성전자의 하우젠 ‘버블드럼세탁기’. 어린이 보호용 ‘안전 도어’ 기능 추가(中). 동양매직의 ‘나노실버 카타닌 정수기’. 온수 사용 뒤 5초가 지나면 냉수 기능으로 자동 복귀(右).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