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방미외교 결산] 미국강경 무마 북한설득 부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http://www.cwd.go.kr)은 여러가지 숙제를 안고 11일 미국에서 돌아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金대통령은 화해.협력(포용)이라는 큰 틀의 대북한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청와대측은 이를 '성과' 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던진 북한상황에 대한 '회의(懷疑)' 와 '검증(檢證)' 이란 과제는 부담이 되고 있다.

金대통령은 '포괄적 상호주의' 란 개념으로 부시 대통령의 요구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포괄적 상호주의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과 세 가지를 주고받는 전략이다.

金대통령은 자신의 이런 구상이 '적극적 평화' 로 가는 효과적인 대북 접근방안이며, 지금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적기(適機)라고 역설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나는 북한에 대한 환상도 없고, 유화정책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면서 "그러나 북한이 계속 변화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금의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고 강조했다.

이런 포괄적 상호주의에 대해 아직 부시 대통령의 동의는 받지 못한 상태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오는 4, 5월께 짜일 것으로 보여 金대통령으로서는 시간적으로 쫓기게 됐다. 북한으로부터 일정한 '가시적 성과' 를 얻어내지 못하면 미국 행정부 내 강경파의 목소리를 크게 만들 수 있다.

"金대통령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설득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을 것" 이라고 외교소식통은 전망했다.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핵심의제는 포괄적 상호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엄격한 상호주의' 요구를 비난해온 金위원장의 반응은 미지수다.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를 잘못 건드린 것도 부담으로 남았다.

NMD를 밀고가려는 부시 대통령은 金대통령에게서 '유감(regret)' 표명을 끌어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을 뒤집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NMD에 거부감을 가진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서울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루려던 '평화협정.평화선언' 대신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불가침 조항' 에 의존키로 한 대목은 金대통령의 4자회담 구상을 헝클어뜨릴 수 있다.

金대통령은 "공동발표문대로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은 확고했다. 다만 미.북관계에 대해선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분리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미간 역할분담과 상호보완이 '시너지 효과' 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측은 시큰둥하다.

미국측은 "남북관계의 진전 단계마다 미국과 협의해 주기를 바란다" 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속도조절' 논쟁이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金대통령의 기존 대북 구상과 시간표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생겼다" 고 외교소식통은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金대통령의 구상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이 짜일 가능성이 크다" 고 기대했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