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보재정 통합시기 재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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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직장의료보험이 지난 1, 2월 두달 새 5천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5월엔 파산할 것이라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의보에 이어 직장의보까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직장의보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적립금이 8천8백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 들어 2월까지 지출액이 1조2천2백1억원으로 보험료 등의 수입 6천6백29억원을 크게 초과했다.

지난 1월 보험료가 20% 인상돼 수입이 늘어났지만 매월 1천2백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지역의보 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적립금이 지난 1월 이미 바닥났으며 올 국고지원금 1조9천억원을 다 쏟아부어도 8월이면 거덜날 것으로 예고된 상태다.

직장의보가 이처럼 부실해진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7월 의약분업 실시 이후 진료건수가 60% 가량 증가하고 처방료.조제료 인상으로 진료 비용 지출이 66%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일부 직장조합들이 의보통합을 앞두고 "우리가 모은 돈을 왜 지역의보에 넘겨주느냐" 며 적립금을 쌓기보다 돈을 쓰는 데 주력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역의보 재정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은 26%에 불과하다. 1998년의 경우 연간 1억원 이상 고소득 자영업자 중 의료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은 사람이 1천1백56명에 이르렀다. 이중엔 의사.변호사.세무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여권 일각에선 직접세 형태의 '건강증진세' 를 신설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국민의 반발을 우려해 주저하는 눈치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이나 목적세 신설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에 나서야 한다. 직장의보마저 파산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내년 1월로 예정된 지역의보와의 재정 통합 시기를 재조정해야 한다.

의보 통합이라는 명분에 쫓겨 의보 재정 전체를 거덜나게 하는 잘못을 되풀이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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