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 예외지역 약국 약 오·남용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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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8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강동동 A약국.

약국 간판과 출입문에 '의약분업 예외지역-처방전 없이 조제 가능' 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인근 동래구에서 온 50대 남자가 당뇨 때문에 왔다고 하자 약사가 몇마디 물어본 뒤 전문의약품인 당뇨약 두달치를 건넸다. 이 환자는 "병원과 약국을 거치는 게 번거로워 이 약국을 자주 이용한다" 고 말했다.

병원과 거리가 멀어 의약분업 이전처럼 약국에서 약을 지을 수 있도록 한 의약분업 예외지역이 약물 오.남용의 현장이 돼버렸다.

특히 예외지역에서는 처방전 없이 전문 치료약을 살 수 있어 인근 분업지역 주민들이 이곳을 찾아와 전문약을 조제하고 있다.

예외지역에서는 타지 환자에게도 약국 의료보험(전체 약값의 30%만 본인이 부담) 혜택을 주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 실태〓부산시 강동동은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약분업 후 네곳의 약국이 새로 생겼다. 이들은 주차장까지 확보해 타 지역 환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예외지역인 북제주군 조천읍 S약국도 인근 제주시 화북동과 삼양동 등의 주민들이 승용차를 타고 와 약을 지어간다.

관광지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예외지역 약국들도 마찬가지다.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의 망향휴게소(충남 천안시 성거읍)내 M약국에는 인근 주민과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평일에는 2백여명, 주말엔 3백여명이 몰린다.

◇ 문제점.대책〓천안 M의원 S모원장은 "예외지역 약국에서는 임의조제할 때 환자가 전에 받아둔 처방전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면서 "이럴 경우 증세에 따라 항생제.스테로이드제 등의 양이 조절되지 않아 약물 오.남용에 노출된다" 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보건산업팀장은 "의약분업 예외지역 선정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며 "타 지역 환자들이 예외지역의 약국을 이용할 때 의료보험 혜택을 안주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약분업에 대해 총괄적인 평가작업이 끝나는 대로 예외지역에 대한 정책을 보완하겠다" 고 말했다.

전국부.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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