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생보株 바람 분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56호 26면

17일 주식시장에 ‘대어’가 출현한다. 대한생명이다. 이날 거래소 시장에 상장한다. 이 회사는 1946년 설립된 국내 최초 보험사다. 업계 2위를 놓고 교보생명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모 가격은 주당 8200원으로 정해졌다. 당초 희망 가격(9000~1만1000원)보다 낮아졌다.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한생명 17일 상장

5월에는 ‘고래’쯤 되는 삼성생명이 상장한다. 총자산 규모가 130조원을 웃돈다. 웬만한 은행과 맞먹는다. 시장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액면 분할(액면가를 낮추고 그만큼 주식 수를 늘리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 공모가가 10만~12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본다. 시가총액이 20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하반기에는 업계에 남은 ‘빅3’인 교보생명도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변액보험 돌풍을 앞세워 시장에 안착한 미래에셋생명도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생명보험사’라는 새로운 테마가 생기는 셈이다. 선택지가 그만큼 다양해진다는 의미다. 보험 업종 전체로 봐도 호재다. 대한생명·삼성생명이 상장되면 보험업종 전체의 시가총액은 45조~50조원으로 늘어난다.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 0.5%에서 5% 수준이 된다. 기초 체력에 비해 저평가된 보험 업종이 생보사 상장을 계기로 제값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당장 9~10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 대한생명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생명은 한화그룹의 계열사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한화그룹은 금융계열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앞서 한화증권은 푸르덴셜증권을 인수해 증권업계 10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올해 초에는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를 합쳐 한화손보를 출범시켰다. 단숨에 보험 업계 6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한화의 금융 계열사 매출액은 18조원으로 전체 그룹 매출(33조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김승연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금융 부문은 앞으로 그룹의 구심점으로 더욱 견고한 위상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 상장을 무사히 마치면 상장을 통해 얻게 될 2조원에 가까운 실탄과 보험-증권-운용으로 이어지는 ‘3각’ 한화금융네트워크 구축으로 그룹 가치의 상승이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금융업계 영향력은 삼성에 이어 둘째를 차지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올 정도다.

공모가도 당초 예상보다 낮게 결정돼 투자자들에게는 더 매력적일 수 있다. 공모 청약 후 주식을 받아 상장 당일 팔아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아쉬운 점은 경쟁률에 따라 주식을 배정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주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상장 후 주가가 오를지도 의문이다. 대한생명에 비해 덩치가 훨씬 작기는 하지만 지난해 10월 8일 증시에 가장 먼저 입성한 동양생명보험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넘어선 적이 없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대한생명 등 ‘빅3’는 전혀 다른 얘기”라며 “규모가 비슷한 다른 보험사인 삼성화재 주가에 비춰보면 적정 주가는 1만1000원 정도”라고 평가했다. 2000년 이전에 맺었던 역마진이 생기는 (회사 측에) 불리한 계약이 만료되고, 삼성생명까지 상장되면 보험사 주식들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