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등 4대 법안 아무런 언급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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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이해찬 총리가 시정연설을 시작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퇴장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해 '법적 효력'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처음 밝혔다. 헌재 결정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노 대통령이 인정한 핵심적인 내용은 두 가지다. 청와대와 국회가 있는 곳이 수도라는 점, 따라서 청와대나 국회를 옮기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헌재 결정문 논리의 두 개의 기둥이다. 헌재 결정 이후 여권 일각에선 개헌을 하지 않고도 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민투표론은 노 대통령이 이날 헌재 결정의 법적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노 대통령이 "향후 국가균형발전 전략도 헌재 결론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여권 전체에 일종의 가이드 라인 구실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마음으로까지 흔쾌하게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헌재의 결론은 승복이냐 불복이냐를 따질 대상이 아니라 그대로'따를 수밖에 없는'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그친 인상이다. 관습헌법의 존재와 그것을 성문헌법의 효력으로 확정한 헌재의 법리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의 당위성을 유달리 강조, 헌재 결정에 배치되지 않는 선에서 수도 이전에 준하는 지방화 전략을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단 국가보안법 문제 등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4대 개혁입법안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내년 5% 성장에 최선"=노 대통령은 2005년 하반기와 2006년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내년에 경제성장률 5% 성장세를 유지토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신도시.지방혁신도시.기업도시.복합레저파크 건설, 연기금 투자 등을 골자로 한 '뉴딜형 종합투자 계획'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킬 것"이라고 했다. 연기금의 여유 재원도 인력양성.직업훈련.보육 등 생산적인 부문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해 국부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규제개혁은 "기존의 8700여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에너지 절감 3개년 계획 수립 ▶국가에너지정책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국가에너지위원회 설치▶에너지 절약에 대한 금융 및 세제 지원 강화▶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등도 약속했다. 그는 결론적으로"민주화를 기반으로 한 사회기강과 법질서 확립,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사관계 등 사회갈등 해결, 소외계층 보호 등을 통해'따뜻한 시장경제'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 등급제 안돼"=노 대통령은"학교 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중시하는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를 높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학생 선발의 자율성은 인정해도 고교를 서열화해서는 안 된다"면서 고교등급제에 대한 불용 방침을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는 6자회담 등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면서 "남북 대화를 통해서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계속 촉구하겠다"고 했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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