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뱃길 엿새째 끊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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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답답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기상이 나쁘면 발이 묶일 수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 지 몰랐어요. "

지난 2일 포항에서 관광차 울릉도에 왔다는 김모(65)씨는 도동항 방파제에서 원치 않는 낚시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원래 5일 관광을 끝내고 돌아갈 계획이었만 엿새째 이어지는 폭풍주의보로 유일한 교통수단인 뱃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동해 남부.중부 해상의 폭풍주의보로 울릉도 관광객 9백여명이 섬안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예년의 봄철 폭풍주의보는 2~3일이면 해제됐으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길어졌다.

때문에 3일 이후 포항~울릉도간 여객선 썬플라워호(2천3백94t)의 운항이 끊어진 상태다. 포항해양경찰서와 포항기상대 등에는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매일 여객선 부두에 있는 해경 도동신고소에 들러 "언제 배가 오느냐" 며 묻거나 바다만 쳐다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부 관광객들은 "답답해 한다고 될 일이냐" 며 아예 부두 옆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농협 울릉군지부 객장 현금 인출기에는 늘어나는 숙박비.식사비를 대느라 주머니가 바닥난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농협 직원 김현지(21)씨는 "평소 하루 3천만원이던 현금 인출 금액이 배가 끊기면서 4천만원으로 늘었다" 고 말했다.

도동항 인근의 공중전화부스에도 매일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

승객들의 고립기간이 길어지자 포항해경.한국해운조합 포항지부는 8일 중 폭풍주의보가 해제될 것으로 보고 빈배를 울릉도에 보내 대기하다 기상이 나아지면 곧바로 운항한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2시 포항 앞바다인 동해남부 해상의 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울릉도 근해인 동해중부 해상은 풀리지 않아 이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관광객들은 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이며 섬을 빠져나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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