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정진규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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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낮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정진규(1939~) '별'

환하게 밝은 대낮엔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별은 오직 깜깜한 어둠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 평범한 진실을 왜 몰랐다는 말인가. 사실인즉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안다고 해서 모두가 진실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진실은, 아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깨우침에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아는 것을 깨우쳐 진실이 되게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세속적 영광에 취해 있는 사람은 별을 보지 못한다. 별은 항상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의 하늘에서만 반짝인다.

오세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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