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 '병아리 감별사'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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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아리 감별기술을 배우는 서울 천호동 드림인코리아 감별연구소 학원생들. 박종근 기자

'병아리 감별'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천호동의 '드림인코리아 감별연구소'. 흰옷에 마스크를 쓴 학원생 대여섯명이 환하게 켜진 전구 밑에서 바구니 가득히 든 병아리를 한마리씩 조심스럽게 꺼내 암수로 분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손가락끝으로 항문 근처의 생식돌기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최윤규(43)소장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10여명에 불과했으나 취업이 어려워지자 최근 감별 기술을 배워 이민 가거나 해외취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학원의 분위기가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병아리 감별사는 손의 감각이 좋은 한국인의 적성에 맞아 1970년대 경제개발 시대에는 해외취업 기술로 각광받았다. 지금까지 세계 80여개국에 1800여명의 인력이 나갔고 300여명이 터키 등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근로여건이 썩 좋지 않은 병아리 감별사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학원의 고광호(62)기술고문은 "전성기에는 전국 10곳 가까운 학원에서 수백명이 등록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단 3곳의 학원에서 50명 정도가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취업률은 좋은 편이다. 최 소장은 "유럽 최대의 감별사 파견업체인 호보가 최근 30명을 요청하는 등 세계 각국의 수요가 한 해 50~6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학원생 중 자연탈락하거나 개별 취업하는 경우를 빼면 수요의 60% 정도밖에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취업에 성공하면 일하는 나라와 숙련도에 따라 월 2000~5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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