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한·미 정상회담 이견'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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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일(현지시간) 있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주요 언론의 논조는 한국의 기대와 달리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경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한.미 의견 충돌론' 이 대세를 이뤘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미사일 협상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doubt)을 표했으며 북한과의 그런 협정을 검증할 수단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얘기한 것 중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부분적인 문제점은 북한이 투명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이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언급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약간의 충돌(somewhat at odds)을 보였으며 부시 행정부가 미국 국익에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한.미관계로 봐서 이는 어색한(awkward) 출발"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포스트는 별도로 정상회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국무부 관리를 인용, 부시 대통령은 金대통령의 지도력과 비전에 찬사를 보냈으며 그를 현실주의자라고 불렀다" 고 전했다. 포스트는 "회담은 매우 긍정적" 이라는 국무부 관리의 평가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미사일 협상을 이른 시일 내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金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거절(clear rebuff)이었다" 고 썼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 모든 합의의 모든 조항을 지킬지에 대해 우리는 확신을 가지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고 보도했다.

또 "곧 미사일 협상이 시작될 거라는 얘기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라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이는 (조속한 협상을 주장하는)金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 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은 회담이 우호적이라고 주장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金대통령의 비전을 포옹했다고 설명했다" 고 덧붙였다.

USA 투데이는 "부시 대통령은 강경노선을 취했으며 이는 金대통령을 실망시켰다" 고 해석했다. 특히 투데이는 "파월 국무장관은 전날 '클린턴 대통령이 떠난 곳에서 부시 행정부는 시작할 것' 이라고 말해 협상재개에 타협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오늘은 한발 물러나 '미국은 북한을 여전히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 이라고 언급했다" 고 보도했다.

투데이는 "전문가들은 파월과 보다 강경한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 균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고 썼다. 외교협회의 레슬리 겔브는 신문에서 "파월은 기질상 외교적인 측면을 더욱 추구할 것이지만 이 행정부의 무게 중심은 과거보다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고 말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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