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 지상IR] 계열 분리 후 꿋꿋한 홀로 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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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현대아파트' 브랜드를 쓰는 고려산업개발 부도 소식이 시장에 전해진 지난 5일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아침부터 곤두박질쳤다. 직원들은 "이거야 원…" 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그날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오히려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다. 다음날인 6일부터는 폭등세를 기록, 8일 현재 9천원에 이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 간부는 이렇게 볼멘소리를 했다. "우리 회사는 현대에서 일찌감치 분리됐는데 아직 시장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것이 우리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71년 현대백화점은 금강개발산업이란 이름으로 탄생했다.

쇼핑센터를 만든 것은 6년 뒤인 77년. 현대쇼핑센터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바로 지금의 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이다.

이후 압구정점.부평점.부산점.광주점 등이 생겼고 올해 8월과 내년 11월 서울 미아점과 목동점 개점이 예정돼 있다.

현대백화점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것은 99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 몽근씨(현대백화점의 지분 22% 소유)의 몫으로 떨어져나갔다.

분리 직후 이병규 현 사장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들어선 이래 회사의 실적은 크게 향상됐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각기 12%와 42% 증가했고, 경상이익과 단기순이익도 49%, 82% 늘어났다. 李사장 체제의 현대백화점은 서울대 박철순(경영학)교수가 편찬 중인 국내 13개 성공기업 사례집에 포함돼 있다.

이 사례집 편찬은 서울대 경영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런던비즈니스스쿨이 공동 추진하는 것으로 삼성물산.LG전자.신한생명.휴맥스 등도 사례로 들어가 있다.

증권사들도 현대백화점의 내재가치를 비교적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경쟁사인 신세계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 (교보증권), '현금흐름이 양호하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백화점 빅3 중 최고' (굿모닝증권),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실적 대비 주가수익률(PER)이 절대적 저평가 상태' (동부증권)라는 것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의 최대 과제는 홈쇼핑 사업이다. 장애인총연맹.다음.SBS.국민은행.로커스 등 61개 기업.단체 등과 함께 가칭 '연합 홈쇼핑' 이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현대백화점이 최대 주주다.

다음달 2일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회사의 수익과 가치는 더욱 증대될 것으로 증권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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