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더불어] 사랑의 '약손 봉사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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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 차례라니까. " "내가 먼저 왔어요. "

7일 오전 서울시 광진구 중곡종합사회복지관 4층 교육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이곳에 오는 '사랑의 약손 봉사단' 으로부터 수지침을 맞겠다고 찾아온 환자들이 벌이는 작은 다툼이다.

10여년 전까지 개인사업을 하다 은퇴하고 봉사단에 참여한 정장식(丁長植.66.광진구 자양동)씨가 환자들의 순서를 정해주면 그제서야 교육실 안이 조용해졌다. 봉사단은 지난해 12월 말 광진구에 사는 주부.퇴직 직장인 등 12명이 만들었다. 수지침학원을 함께 다닌 선후배들 사이다.

丁씨에게서 침을 맞은 황대진(黃大珍.57.여.광진구 중곡2동)씨는 "이렇게 무료로 침을 놔주는 분들이 없었으면 그냥 집에서 끙끙 앓기만 했을 것" 이라며 "봉사단원들이 그저 고마울 뿐" 이라고 말했다. 黃씨는 지난해 8월 교통사고로 넉달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이후로도 후유증 때문에 온 몸이 쑤시고 머리가 아프지만 넉넉지 못한 형편에 병원을 자주 찾을 수는 없는 처지. 벌써 6주째 봉사단으로부터 침을 맞고 있다.

봉사단이 지난해 12월 말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첫 방문객은 2명. 그후 봉사단 활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침을 맞으러 오는 환자들이 매주 늘어났다. 이제는 단골 환자만 25명이고 이날도 30여명이 침을 맞고 돌아갔다.

이날은 단원 12명 가운데 6명이 나와 환자들을 돌봐주었다. 丁씨는 "중풍환자가 증세가 좋아져 '굳어버린 손가락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고 좋아할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고 흐뭇해 했다.

봉사단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주로 60대 이상의 노인들. 대개 병원에 가봐야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 노환 등을 앓고 있는데다 경제형편 때문에 병원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영세민들이다.

신장 기능이 좋지 않다는 김기홍(金基鴻.69.무직)씨는 "우리들에겐 여기가 병원이나 마찬가지" 라면서 "1시간여 꼼꼼히 이것저것 물어가며 침을 놓아주는 이들에게 믿음이 간다" 고 고마워했다.

구청측은 위생 문제를 고려해 같은 침을 여러 사람에게 사용하지 않도록 환자들에게 개인 침통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봉사단은 이날도 점심을 걸러가며 오후 3시까지 침을 놔주고 돌아갔다.

성시윤.구희령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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