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인 환자 유치, 시급히 제도 보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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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국내 병원을 찾은 외국인이 6만 명에 이른다. 전년도보다 40%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도 설 연휴에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는 ‘춘절(春節)’을 맞은 중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외국인 환자는 성형·치과·피부과와 한방치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암·심장병·간질환 등 1억원대의 치료비를 내는 중증 환자도 늘었다고 한다. 의료서비스가 글로벌 비즈니스로 부상한 상황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의료서비스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무엇보다 의료사고나 불만사항에 대한 제도적 대처가 미흡하다. 사고가 나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배상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외국인 환자는 국적이 다양하고, 국가 간 법체계도 다르다. 따라서 의료사고에 대한 재판관할권이나 보상체계에 명확한 합의가 없으면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국가의 브랜드와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다.

해외 환자 유치제도도 허술하다.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등록된 해외 환자 의료기관은 전국 1430곳, 유치기관은 93개다. 그런데 사고에 대비해 책임보험에 가입하거나 전문 통역사를 확보한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저 자본금 1억원에 보증보험만 가입하면 등록증을 발급하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고, 이미 등록된 기관에 대해서도 지도와 관리감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성장 동력 17개 부문에 해외 환자 유치를 포함했다. 외국 환자 1만 명을 유치하면 7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83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헝가리 쇼프론은 치과 병원 500개에 5000여 전문의가 포진한 의료관광 도시로 특화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의료관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촉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선진국 수준의 환자 권리보장과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 의료분쟁 조정과 감정도 환자를 적극 보호하는 쪽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찾아올 것 아닌가. 병원도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의료관광과 연계할 수 있도록 부대사업 범위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좁은 국내 의료시장에서 아옹다옹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