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인대] "폭력단 소탕에 국운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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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흑사회(黑社會.조직범죄 집단)를 때려 잡자' .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와 전국정협(政協)회의가 열린 7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는 흑사회를 뿌리뽑자는 위원들의 성토가 가득했다.

푸젠(福建)성 대표인 어우윈위안(毆云遠)위원은 "지방관리 상당수가 흑사회와 연계돼 중국 사회의 안전이 뿌리째 흔들릴 판" 이라고 목청을 높였고, 텅궈룽(□國榮)위원은 "허베이(河北)성에서는 조직 폭력배들이 자체적으로 재판소를 만들고 주민을 협박해 문제가 생기면 이 재판소에서 심판을 받게 하는 기막힌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 토로했다.

중국 건국 이후 사라졌던 흑사회가 부활해 중국사회의 안정을 뒤흔드는 사건이 잇따라 전인대와 정협 회의의 핵심 의제로 오른 것이다.

흑사회의 폐해는 공개된 것만도 한둘이 아니다. 지난 1월 19일 선양(瀋陽)시 공안국은 관내 최대 흑사회 두목인 류융(劉湧) 등 일당 45명을 체포했다.

劉는 1992년에 폭력단을 조직, 42건의 살인.상해사건을 일으키며 관내 금싸라기땅의 요식업, 슈퍼마켓 등의 상권을 거머쥐고 5억위안이 넘는 재산을 모았다.

또 관리들을 매수해 '우수 민영 기업가' '허핑(和平)구 정협(政協)위원' 으로 선임됐고 선양의 전인대 대표도 됐다.

이 사실이 불거지면서 무수이신(慕綏新)선양시장이 사퇴했고 선양 인민대표대회는 지난달 정부의 부패를 문제삼아 인민법원 공작보고를 부결시키는 '반란' 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말에는 저장(浙江)성 원링(溫嶺)시 일대의 폭력단 두목 장웨이(張畏)와 그 일당 1백84명이 95년부터 원링시 시장과 공안국장 저우젠궈(周建國).양웨이중(楊衛中)등 당.정 간부 42명을 매수해 50여차례의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한 대규모 재판이 벌어졌다.

흑사회의 폐해가 대륙에서 다시 고개를 든 것은 78년 개혁.개방정책을 펴면서부터다.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세를 불린 폭력배들은 90년대 들어 하나둘씩 조직을 만들었다.

중국 공안은 이같은 폭력단 두목이 1천여명, 조직원은 1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92년부터 지금까지 형사범죄 건수가 1백50만에서 1백90만 사이를 오르내리며 줄지 않는 것도 폭력단의 암약 때문이다.

인민공안대학의 쑹하오보(宋浩波)교수는 중국의 형사사건 신고비율이 극히 부진한 것을 감안하면 해마다 약 1천8백만건의 형사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해 1~11월 체포.기소된 범죄인만 62만8천9백84명이나 된다.

중국은 지난해말 '흑사회를 때려 악을 뿌리뽑는다(打黑除惡)' 는 범죄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경찰이 1백만명이나 동원되고 있다. 중앙기율검사위 웨이젠싱(尉健行)위원장이 "쥐(갱)들이 거리를 누벼 인민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형세" 라고 표현한 상황이 과연 10개월 동안 펼쳐질 흑사회와의 전쟁을 통해 얼마나 개선될지 관심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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