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도자' 푸틴 전세계 접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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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전세계의 네티즌과 1시간 가량 온라인 인터뷰를 했다.

러시아의 인터넷 신문 '가제타 닷 루' (http://www.gazeta.ru), '스트라나 닷 루' (http://www.strana.ru)와 영국의 BBC방송 웹사이트(http://newsvote.bbc.co.uk/hi/english/talking_point/default.stm)가 생중계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 2월 14일 CNN방송(http://www.cnn.com)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인터뷰를 한 적은 있지만 권위적이라는 이미지를 지닌 러시아의 지도자가 온라인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푸틴은 이번 인터뷰로 젊은 지도자로서의 성가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 진행=온라인 인터뷰는 세 웹사이트에서 각각 한 명의 기자가 나와 전세계에서 e-메일로 날아온 1만6천개의 질문 중 중요한 것을 추려 크렘린에 있는 푸틴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첫 질문은 미 텍사스주에 사는 조너선 존스라는 사람이 던진 것으로 "민주주의와 법.질서 중 어떤 것이 중요하냐" 는 다소 껄끄러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푸틴은 "물론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 사생활=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일상을 묻는 질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대개 밤 10시 이후에나 일을 끝내며 때로는 자정까지 집무실에 있다" 고 대답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운동과 문화생활을 빠뜨리지 않는다며 "20분 간의 수영을 포함해 매일 1시간30분 정도 반드시 운동을 한다" 고 밝혔다. 또 "프랑스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며 "서방배우 중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로미 슈나이더를 가장 좋아한다" 고 말했다.

푸틴은 "가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짬짬이 독서를 하고 있다" 며 "차이코프스키나 슈베르트의 음악을 주로 들으며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와 기 드 모파상의 작품을 좋아한다" 고 밝혔다. 그는 부인인 류드밀라가 왜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느냐는 질문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러시아 국민은 대통령으로 나를 선택한 것이지, 내 아내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고 답했다.

◇ 정치 이슈=푸틴은 인터뷰 말미에 정치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추진을 강력히 비난하고 체첸사태를 서방의 시각으로만 보지 말 것을 네티즌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미국이 NMD추진의 이유로 들고 있는 이른바 '불량국가들' 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및 유럽국가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인터넷=푸틴은 스스로를 "게으른 인터넷 서퍼" 라 지칭하고 "주로 보좌관들을 시켜 인터넷을 검색한다" 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은 흥미롭고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 이라며 "인터넷의 장래는 밝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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