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할인점 앞길 교통체증 '왕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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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북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柳모(39)씨는 지난 4일 오후 아이들과 함께 대전으로 처가 나들이에 나섰다가 몹시 언짢은 일을 겪었다.

E-마트(미평동 123의1)를 향하는 차량들로 인해 극심한 병목현상에 시달린 것은 물론 갑자기 끼어든 얌체차량 때문에 접촉사고까지 당한 것. 벌써 3년째 상습체증 구간을 방치하고 있는 시당국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곳 E-마트 앞 도로(국도 17호선)는 교통량에 비해 노폭이 좁아 출퇴근시간에도 막히는 편이지만 주말이면 체증이 심해 청주지역 최악의 '짜증도로' 로 꼽힌다. 분평4거리에서 이-마트까지 약1㎞를 통과하는데만 10분 이상 걸리기 일쑤다.

이처럼 이 도로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E-마트의 교통영향평가가 미흡해 건물 진출입 편의를 위한 가.감속 차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마트는 1998년5월 승인된 교통영향평가서에서 시간당 교통유발량을 99년 1천2백89대, 2003년 1천4백98대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시는 이와 관련 조만간 교통유발량 재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E-마트는 5백대의 주차면을 설치하고 진입로쪽 감속차로와 진출로쪽 가속차로를 각각 60m, 78m를 확보했으나 이 정도로는 원활한 진출입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진출입 대기차량이 조금만 많아져도 이 일대에 심각한 병목현상이 빚어지자 도로확장을 요구하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시는 이에 따라 79억원을 들여 이 구간 1.5㎞를 폭 20m에서 35m로 확장키로 하고 200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시는 E-마트측의 교통유발량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날 경우 E-마트측에 최대 사업비의 50%까지 부담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는 20년전 35m 확장계획을 세웠던데다 94년 작성한 '교통정비기본계획' 에서 이곳 교통량을 실제(99년 2만9천7백74대)보다 많게(99년 4만1천2백대)예측해 놓고도 그동안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확장을 추진, '뒷북 행정' 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교통량이 당초 예상보다 30%이상 늘어났을 경우 법적으로 교통개선대책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E-마트 관계자는 "시로부터 공사비 부담 요청이 공식적으로 들어오면 본사 차원에서 검토될 것" 이라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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