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로버트김 석방 거론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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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곧바로 백악관 맞은 편 영빈관(블레어하우스)으로 옮겨 여장을 풀었다.

金대통령은 사흘간 블레어하우스에 머물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8일 새벽)을 비롯,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부시 행정부 주요 장관들과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를 만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이번 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미주(美洲)국가인 캐나다.멕시코.콜롬비아와 동맹국인 영국에 이어 다섯번째이면서 아시아 국가와는 처음으로 하는 회담" 이라며 "그만큼 부시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중시한다는 뜻" 이라고 해석했다.

金대통령은 방미 중 미 해군 정보국에서 근무하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군사기밀을 건네준 혐의(간첩죄)로 복역 중인 로버트 김(61.한국명 김채곤)씨의 석방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미.일 정상회담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본의 국내정치 불안으로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방미가 어려워져 무산됐다.

◇ 대조적인 집무 스타일〓 'DJ-부시' 회담을 놓고 외교소식통들은 "스타일이 대조적" 이라고 지적한다.

金대통령은 꼼꼼하게 실무를 챙기는 '완벽주의자' 인 반면 부시 대통령은 장황한 보고서는 읽기조차 꺼리고 대화로 해결하려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관심의 초점은 대북관계에서 두 정상이 전략적 상황인식과 접근자세를 공유할 것이냐에 맞춰져 있다" 면서 "논리와 케이스를 앞세운 金대통령의 대담자세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발휘할지가 주목된다" 고 말했다.

두 정상의 각료들도 제각기 카운터파트와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진념(陳稔)경제부총리는 재계(알코아 알루미늄 회장 역임) 출신으로 미국의 전통산업을 옹호하는 입장인 폴 오닐 재무장관을 만난다.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 2월에 이어 두번째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만난다.

중국전문가인 김하중(金夏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으로 러시아전문가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상대한다.

◇ '노벨상 효과' 〓정부 당국자는 "블레어하우스에는 '국빈(國賓)방문' 때 사흘, '실무방문' (Working visit)의 경우 이틀을 묵는 게 관례지만 미측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金대통령에게 사흘을 묵도록 특별히 예우했다" 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성철(梁性喆)주미대사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란 점을 정상외교에 충분히 활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 이라는 보고를 해왔다" 고 전했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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