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56. 국립공원내 불법 취사·야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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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폭설이 내린 지난 달 중순 일요일 아침, 북한산국립공원 도봉매표소 앞은 무척 어수선했다.

안전과 조난방지를 위해 입산을 통제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과 설경을 보려는 시민들이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벌였다. 탐방객들은 공단직원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고 일부는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가거나 샛길로 몰래 산에 오르려 했다.

국립공원에 '지정구역 외 취사.야영행위 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만도 불법 취사와 야영, 출입금지구역 출입, 오물투기 등으로 적발돼 과태료를 문 사례가 2천4백21건에 달했다.

특히 피서철.단풍철 성수기의 국립공원은 유흥지를 방불케 한다. 기본수칙도 무시한 채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굳이 산에서 밥을 지어 먹으려 하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놀려는 사람들 때문에 모처럼 자연경관을 감상하면서 조용히 쉬려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공원 입구에 인화물질을 맡기도록 계도하고 있으나 몰래 숨겨간 성냥.라이터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실수로 불을 내 귀중한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에 비해 미국.캐나다.일본 등에는 국립공원을 자연의 탐방.학습장소로 인식하는 올바른 이용문화가 정착돼 있다. 일본 국립공원은 쓰레기 되가져오기 등 계몽활동으로 오물 발생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그 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 깨끗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국립공원은 국민의 휴식공간이자 자연학습장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더 이상 놀고 마시는 위락지로 방치해선 안된다. 자연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미래를 생각하는 국립공원 탐방문화를 정착시킬 때다.

고병준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관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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