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의 도전] 노화주범 유해산소 차단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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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화(老化)연구는 21세기 의료기술의 총화다. 무병장수를 갈구하던 진시황의 꿈을 실현할 첨단기술들이 머지않아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지금 노화연구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유해산소 차단제 개발이다.

유해산소란 우리 몸에서 쓰고 남은 산소를 말하는데, 이것이 몸속 세포를 망가뜨려 노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 유해산소를 무력화하는 항산화제가 많이 팔리고 있지만 문제는 항산화물질이 세포 안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세포 안의 DNA에까지 약물이 들어가도록 하는 새로운 약물전달 체계를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유전자 연구로 텔로머라제란 효소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도 활발하다. 모든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유전자 끝에 있는 텔로머라는 단백질의 길이가 짧아지며 이것이 모두 없어지면 사멸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텔로머라제란 효소를 대량 만들어 텔로머 단백질을 무한히 합성한다. 영원히 죽지 않고 분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텔로머라제가 없는 쥐를 만들어 그것이 정상쥐보다 빨리 늙는다는 사실을 규명한 삼성생명과학연구소(http://www.samsunghospital.com/sbri) 이한웅 박사는 "이 효소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노화를 억제하는 길이 열릴 것" 이라고 말했다.

노화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는 바깥 정보를 받아들이는 세포막에 집중되고 있다. 세포막이 늙으면 둔감해지기 때문에 이를 예민하게 해주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고장난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듯 각종 동물장기를 이식받는 것도 이젠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서정선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2010년께면 인간유전자를 이식한 돼지에서 새 장기를 이식받는 인구가 45만명에 달하고, 90억달러(약 11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황세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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