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일으키는 공사장 차선만 조절해도 '술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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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鄭모(32.회사원)씨는 서울 동작구 이수 교차로에만 오면 짜증이 난다. 고가차로 공사로 차로가 좁아지는 데다 반포.동작대교.올림픽대로 방향으로 가는 차들이 뒤섞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차로 부근에는 차선마저 제대로 그려져있지 않아 여러 방향에서 차들이 몰려든다.

서울의 도로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지만 공사장 주변 관리가 허술해 차량 정체를 부추기고 있다. 차량 흐름과 보행자에 대한 대책 없이 공사를 시작하는 관행 때문이다. 특히 봄철을 맞아 공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여 공사장 주변 정체에 따른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처럼 공사장이 시내 교통난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대책만 수립하면 정체를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 도로공사 현황〓서울에서 도로를 점유하면서 벌이는 공사는 연간 1천3백여건. 이중 한달 미만의 공사가 93%(1천2백70곳)를 차지하지만 현행 도로법상 단기 공사는 교통 대책 심의조차 없다. 1개월 이상 걸리는 공사라 해도 시나 구청의 교통 대책은 시늉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 차선조정 시급〓서울시정개발연구원(http://www.sdi.re.kr)과 교통개발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도로공사장 교통관리 실천 방안' 에 따르면 차선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체증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길의 경우 대책없이 한개 차로를 막고 공사를 벌이자 공사 전에 비해 차량의 해당 구간 통과 시간이 6% 늘고, 속도는 11% 줄었다. 하지만 각 차로 폭을 줄이고 차선을 곡선으로 그려 기존 왕복 4개 차로를 그대로 유지하는 개선작업을 벌인 후에는 차량 통과시간이 3% 줄고, 속도는 4% 늘었다. 개선 작업 결과 차량들의 공사구간 통과 시간과 속도가 모두 두배 이상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시정연 손봉수 연구원은 "공사 중의 교통 흐름과 안전사고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대안을 제시하는 '교통관리계획서' 를 사전에 제출해야 할 것" 이라며 "공사 때 도로를 과다하게 차지하지 않도록 하고 도로폭을 축소하더라도 기존 차로수는 유지해야 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뚜렷한 대책 없이 사후 처벌과 시정에 신경쓰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훈.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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