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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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반도 핵문제 협의를 위한 대표접촉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한지 6년이 넘도록 핵안전조치협정의 서명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회피해 오면서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측은 1991년 12월 10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측이 하루속히 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면서「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안)」을 긴급 제안하고, IAEA의 핵사찰과는 별도로 1992년 1월 31일 이전에 주한미군기지를 비롯하여 각기 상대측이 선정하는 군사 및 민간시설에 대한 동시 시범사찰 실시를 제의하였다.
남북 쌍방은 제5차 고위급회담('91. 12. 10∼12. 13)에서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핵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991년 12월안에 판문점에서 대표접촉을 갖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한반도 핵 문제 협의를 위한 대표접촉이 1991년 12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3차례 판문점 평화의 집과 통일각에서 번갈아 개최되었다.
접촉에서 쌍방은 핵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시설 불보유, 핵통제공동위 구성·운영 등의 내용이 포함된「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가서명하였다.

2.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구성·운영 문제 협의를 위한 대표접촉

대표접촉은 제6차 고위급회담('92. 2. 18∼2. 21)에서「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효('92. 2. 19)시킴에 따라 1992년 2월 19일부터 3월 14일까지 7차례 판문점 평화의 집과 통일각에서 번갈아 개최되었다.
접촉에서 쌍방은「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사찰규정 채택시한 등이 포함된 3개항의「공동발표문」을 발표하였다.
① 남과 북은 1992년 3월 17일과 3월 19일 두차례에 걸쳐 쌍방 총리가 서명한「남북핵통제 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판문점에서 교환한다.
②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제1차 회의를 1992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 개최한다.
③ 남과 북은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제1차 회의 이후 2개월 정도의 기간 안에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문건을 채택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문건이 채택된 이후 20일 안으로 사찰을 시작하기로 양해하였다.

3.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회의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회의는 1992년 3월 19일부터 12월 17일까지 13차례 판문점 평화의 집과 통일각에서 번갈아 개최되었다.
제1차 회의(3. 19)에서 한국측은 비핵화동선언의 효과적인 검증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철저히 구현한다는 입장에서 핵의혹이 제기되는 군사기지사찰과 특별사찰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된「남북 상호핵사찰 실시에 관한 규정(안)」을 제시하고 사찰규정 마련 이전이라도 우선 핵관련 정보를 상호교환하고 상대방의 일정한 핵시설과 장소에 대한 교환방문 실시를 제안하였다.
북한측은「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합의서(초안)」와 부록 형태로 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사찰규정(초안)」을 제시함으로써 이행합의서 채택을 사찰규정 채택의 전제조건화하였다.
특히 북한측은 외부 핵위협 공동대처, 비핵지대에 대한 국제적 보장, 핵무기 사용을 가상한 작전이나 훈련참가 불허 등「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채택과정에서 철회한 비핵지대화 논리를 이행합의서 초안에 포함시켰다. 또한 사찰규정에 있어서도 핵무기, 핵기지에 대한 사찰에 비중을 두고「의심동시해소원칙」에 따른 전면 동시사찰을 주장하면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 상호핵사찰에 대한 거부 입장을 명백히 하였다.
제2차 회의(4. 1)에서 한국측은 제1차 회의에서 북한측이 제시한「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합의서(초안)」은 사찰규정 채택을 지연시키려는 수단에 불과하며,
외부 핵위협 공동대처 등을 제시한 것은 핵 문제 해결에 인위적 장애를 조성하려는 것임을 지적하였다.
또한 핵의혹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특별사찰 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핵통제공동위원회의 최우선 과제인 사찰규정 협의에 조속히 호응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제1차 회의에서 한국측이 제시한「남북 상호핵사찰 실시에 관한 규정(안)」은 핵사찰을 통해 불순한 목적을 달성해 보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군사기지에 대한 특별사찰을 제기한 것은 또다른 저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제3차 회의(4. 21)에서 한국측은 사찰규정 마련시한(5. 19 경)이 촉박함을 지적하면서 북한측이 제시한 비핵화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합의서를 철회하고, 사찰규정 토의에 호응할 것을 거듭 촉구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비핵화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합의서와 부록형태로 된 사찰규정을 일괄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사찰규정에 대한 실질토의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제4차 회의(5. 12)에서 한국측은 특별사찰제도에 따라 포괄적이고 철저한 핵사찰을 실시하여 핵 문제와 관련한 내외의 의혹을 조속히 해소시킬 것을 촉구하고, 쌍방이 제시한 사찰규정 문안정리를 위한 위원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특별사찰제도를 반대하고「의심동시해소원칙」을 거듭 주장하는 등 기존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비핵화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합의서와 사찰규정을 일괄타결한다는 전제하에 사찰규정을 토의하기 위한 위원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함으로써, 위원접촉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3차례 개최되었다.
위원접촉(5. 15, 5. 20, 5. 23)에서 한국측은 최근 북한측이 풀루토늄 생산을 시인한 사실과 현재 북한측이 건설 중인 방사화학실험실이 핵재처리 시설이라는 한스 브릭스 IAEA 사무총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상기시키고, 이는 비핵화공동선언 위반임을 지적, 재처리 시설의 건설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였다.
북한측은 비핵화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이행합의서와 사찰규정을 일괄토의하자는 주장을 고수함으로써 이견을 좁히지 못하였다.
제5차 회의(5. 27)에서 한국측은 북한측이 IAEA의 사찰을 받고 있으나 국제사찰만으로는 한반도 핵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수 없으므로 남북 상호핵사찰이 실시되지 않고는 남북한간 실질적 관계진전은 불가능할 것이며, 군사기지 사찰이 불가피함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군사기지 사찰을 반대하고 이행합의서와 사찰규정의 일괄타결 주장 등 주요 쟁점사항에 있어 종래의 입장을 반복 주장하였다.
제6차 회의(6. 30)에서 한국측은 남북 상호핵사찰 규정에 따른 첫 사찰이 완료되어야 할 시점에서 아직까지도 사찰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한반도 핵문제 발생의 근원이 마치 한국측에 있는 것처럼 북한측이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핵무기 개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사찰제도를 받아 들일 것을 재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IAEA의 사찰로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심의 근저가 없어졌다면서, 이제 남은 일은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사찰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제7차 회의(7. 21)에서 한국측은 사찰규정을 먼저 토의하여 가서명한 후 이행합의서에 대한 토의를 시작한다는 전제하에, 전문과 6개조로 된「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합의서(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IAEA 사찰로 밝혀진 대규모 재처리시설의 건설 중단 및 폐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IAEA 사찰과는 별도로 남북 상호핵사찰이 반드시 실시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IAEA의 제2차 임시사찰로 북한에 대한 핵무기 개발의혹이 해소되었다고 강조하고,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사찰주장을 되풀이하였다.
제8차 회의(8. 31)에서 쌍방은 상호핵사찰 실시와 관련한 근본 문제들에 대해서는 종래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지만, 사찰규정의 장 제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합의하고, 사찰규정안 내용검토를 위한 위원접촉을 갖기로 하였다.
① 제1장 :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정보교환
② 제2장 :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핵사찰단의 구성·운영
③ 제3장 :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사찰대상의 선정
④ 제4장 :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사찰절차와 방법
⑤ 제5장 : 핵사찰 결과에 따른 시정조치와 분쟁의 해결
⑥ 제6장 : 신변보장 및 편의제공
⑦ 제7장 : 수정·발효 및 기타
위원접촉(9. 19, 9. 30, 10. 14)에서 쌍방은 사찰규정의 명칭과 전문 그리고 제1장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정보교환의 각 조항에 대해 처음으로 실질토의를 가졌다.
접촉에서 정보교환의 대상중 핵물질, 핵시설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접근을 보았으나, 핵무기·핵기지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접근을 보지 못하였다.
또한 사찰단 구성·운영과 관련하여 한국측은 사찰규정 발효후 10일 이내에 50명의 사찰관 명단을 상호교환하고 그중 20명이내로 사찰단을 구성하자고 제의한 반면, 북한측은 사찰단을 사찰대상에 따라 핵무기·핵기지에 대해서는 15명, 핵시설에 대해서는 5명으로 구성하며, 전면 동시사찰을 실시하기 위해 사찰대상의 수와 규모에 따라 한꺼번에 많은 수의 사찰단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북한측은 사찰실시 10일전에 사찰단 명단을 교환하고,「상대방이 사찰단의 인원교체를 요구하면 이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조항을 설정」함으로써 특별사찰을 회피하려는 입장
을 노정시켰다.
제9차 회의(10. 22)에서 북한측은 한·미 양국이 제24차 연례안보협의회에서“남북관계, 특히 상호핵사찰 등에 있어서 의미있는 진전이 없을 경우 팀스피리트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준비 조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한 사실을 비난하면서, 팀스피리트훈련 재개 철회, 외국의 핵무기와 관련 장비가 동원되는 군사연습 중단, 팀스피리트훈련 재개 철회를 전제로 사찰규정과 이행합의서 토의 등 3개항을 제시하면서 사찰규정 토의에 앞서 이에 대한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실질토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한편 한국측은 현승종 국무총리 명의의 전화통지문(10. 21)을 통해,“팀스피리트훈련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측의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한 해소여부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며, 올해안에 사찰규정이 채택되고 효과적인 상호사찰이 실시될 경우 팀스피리트훈련을 중지하는 문제가 검토될 수 있음”을 밝혔다.
제10차 회의(11. 18)에서 북한측이 팀스피리트훈련 재개 철회를 거듭 요구함에 따라, 한국측은“11월말까지 사찰규정을 채택하고 늦어도 12월 중순지 상호핵사찰이 실시된다면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사찰규정과 관련하여 어떠한 성역이나 사각지대가 없는 사찰이 실시될 수 있도록 특별사찰제도가 필요함을 재강조하였다.
제11차 회의(11. 27)에서 한국측은 남북간에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비핵화와 관련하여 의심이 제기되는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이 필요하고, 사찰을 적시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사찰제도가 필수적임을 거듭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핵사찰 지연책임을“특별사찰 제도와 군사기지에 대한 사찰을 고집하는 남측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제12차 회의(12. 10)에서 한국측은“제9차 고위급회담(12. 21) 이전까지 첫 상호사찰이 실시된다면 팀스피리트훈련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효과적인 상호사찰규정을 토의하기 위해 위원접촉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한국측이 상호사찰 실시와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를 연계시킨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팀스피리트훈련 재개조치를 12월 15일까지 철회하고 주한미군의 핵무기와 핵기지에 대한 전면사찰을 조건없이 받아들일 것과 남측의 핵무기 개발 진상을 해명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핵사찰 규정에 대한 실질토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위원접촉을 갖기로 하고 끝마쳤다.
위원접촉(12. 14)에서 북한측은 한국측의 사찰규정(안)이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사찰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측의 군사기지 사찰과 특별사찰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군사기지 사찰과 관련 한국측은“모든 일반 군사기지를 사찰하자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에 관련된 군사기지만 사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북한측은“모든 일반 군사기지까지 사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의견접근을 좁히지 못하였다.
제13차 회의(12. 17)에서 한국측은 사찰규정의 기본요소로서 쌍방의 균형된 사찰이 보장되는 상호주의 원칙 위에, 의심이 제기되는 모든 곳에 성역없는 사찰이 이루어져야 하며, 적시에 지속적으로 사찰을 실시할 수 있는 특별사찰제도가 핵심적임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한국측이 엄청난 핵개발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이 이미 핵무기 생산단계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면서, 핵무기개발을 당장 중지하고 그 진상을 내외에 밝히라고 주장함으로써, 제14차 회의 일자도 결정하지 못하고 끝마쳤다.
이후 한국측은 공로명 위원장 명의의 전화통지문('93. 1. 18)을 통해,“위원접촉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사찰규정 토의를 진척시키고 그 토대 위에서 위원회 회의가 생산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위원장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최우진 위원장 명의로 전화통지문(1. 20)을 통해 팀스피리트훈련 재개 철회를 기본안건으로 하고 이 문제에 대한 토의를 전제로 위원장접촉에 응할 수 있다고 수정 제의함으로써 위원장접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위원장접촉(1. 25)에서 한국측은 상호핵사찰 규정과 관련 ① 의심이 제기되는 곳은 어느 곳이라도 사찰이 가능하도록 성역없는 사찰 보장 ② 지속적으로 적시에 사찰을 실시할 수 있는 특별사찰 반드시 포함 ③ 군사기지 사찰은 일반군사기지에 대한 사찰이 아니라「비핵화와 관련하여 의심이 제기되는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을 의미하는 만큼 한국측의 사찰규정(안)을 북한측이 거부할 어떠한 명분도 없을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군사기지 사찰은 핵통제공동위원회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군축검증단계에서 군사공동위원회의 소관사항이며, 특별사찰은 비핵화공동선언 제4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함으로써 13차례에 걸쳐 개최된 회의는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한채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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