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책을 말하다'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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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오랜만에 공영방송다운 프로를 봤다. "

KBS1 - TV가 공사창립 특집으로 3~4일 방송한 2부작 다큐 'TV, 책을 말하다' 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방송이 끝난 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5백여 건의 격려글이 올라왔다. "책읽기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 "정보강국이 되기 위한 진정한 길을 제시했다" , "재방송을 요청한다" 등.

"독서 진흥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기본 방향이며 앞으로 캠페인과 정책 토론을 병행해야 한다" 는 주장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이 프로의 시청률은 5~6%. 평소 이 시간대에 나가는 '일요스페셜' 의 8~9%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반응은 훨씬 뜨거워 다큐 프로가 의제 설정에 드물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KBS는 곧 재방송하기로 결정했으며 4월 개편 때는 독서 대담 프로를 주요 시간대에 주 1회 편성하기로 했다.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 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직설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영상매체 종사자와 외국의 사례를 통해 우회적으로 제시한 게 주효했다.

제 1부 '그들은 책을 읽었다' 에서는 세일러문.드래곤볼로 유명한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PD, 영화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카메론, 가수 아트 가펑클 등의 육성을 통해 "나의 성공과 영감의 원천은 책" 이라는 공통 명제를 끌어냈다.

책과 깨달음, 독서가 주는 즐거움도 가끔 언급했지만, 실용서만 읽는 요즘 독서현실을 지적하지 못하고 성공의 길잡이를 강조한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2부 '책읽기의 유혹' 도 일본.영국.미국.독일 등 선진국의 공공 도서관과 어린이 독서교육을 다뤄, 우리 문제를 직접 지적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설득력을 높였다.

선진국들은 아이들을 찾아가는 첨단 이동도서관과 공교육을 통해 인터넷과 게임 등 영상물에 묻혀 지내는 아이들이 책을 스스럼없이 접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 대목에선 누구나 이 땅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이용자 위주의 서비스를 펼치는 도서관을 보여줌으로써 돈보다 인식이 더 큰 문제임을 적절히 지적했다.

일본의 한 소도시 도서관이 출.퇴근에 바쁜 샐러리맨을 위해 카드식 도서관 이용증으로 밤에도 문을 열고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나 미국 도서관이 길거리에 도서 반납함을 만들어 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2부 후반부에 20년째 방송 중인 프랑스의 독서 프로그램을 사례로 들며 공영방송이 독서문화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전한 것은 우리 공영방송 스스로의 자아비판이었다.

조대현 CP는 "앞으로도 책읽기를 주제로 한 프로를 만들 계획" 이라며 "우리 사회가 표방하는 정보화와 지식강국 정책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생각하게 해 준 프로였다" 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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