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출범 준비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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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빛.평화.경남.광주은행의 최고 경영진 인선이 5일 마무리되면서 정부 주도 금융 지주회사 출범이 본격화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1백% 지분을 갖는 한빛 등 4개 은행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한빛은행장에 이덕훈 대한투신증권 사장▶평화은행장에 황석희 국은투신운용 사장▶경남은행장에 강신철 국민은행 상무▶광주은행장에 엄종대 국민리스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그러나 새 경영진이 참신성과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역할 분담이 분명하지 않아 지주회사의 앞날을 속단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4개 은행장 선임 배경〓은행권은 이덕훈 한빛은행장의 선임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금융 분야를 오래 연구해 왔지만 대형 은행의 수장을 맡기에는 아직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나머지 3개 은행장은 모두 국민은행 출신이다.

이를 두고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에 대비해 국민은행과 계열사의 임원 수를 줄이려는 정부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는 4개 은행장의 면면으로 볼 때 윤병철 금융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내정자가 주요 의사결정을 장악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화 黃행장과 경남 姜행장의 경우 옛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1980년대 장기신용은행 상무를 지낸 尹회장이 적극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빛.광주은행의 상근감사위원에 현직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인사가 기용된 것은 '낙하산 인사' 가 여전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한빛은행 부행장엔 김종욱 상무, 감사에는 박진규 홍콩 재경관, 광주은행 감사엔 양동혁 전 금감원 국제감독국장이 선임됐고 평화은행 감사엔 서울은행 출신인 채가석 ㈜진도 감사, 경남은행 감사에는 김영덕 하나은행 중앙기업센터본부장이 선임됐다.

◇ 금융 지주회사의 진로와 과제〓오는 12일 지주회사의 설립 주총이 열리고 尹회장이 정식 CEO로 선임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하고 금감원 인가를 받아 이달 말 법인설립 등기를 마칠 예정이다. 지주회사는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만 그 조직과 경영전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특히 자회사로 편입되는 4개 은행이 지난해 말 노사정 합의에 따라 내년 6월 말까지 독자생존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당장 지주회사의 명확한 전략이나 비전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자산부채이전(P&A)방식으로 4개 은행을 단일 은행으로 만들고 지주회사를 출범했어야 부담이 덜했으리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尹CEO 내정자는 "일단 자회사의 정상화에 주력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차원에서 상품개발과 전산투자를 공동으로 하는 것을 고려하겠다" 며 "지주회사는 전략과 정책을 세우고 자회사는 이를 집행하는 것인 만큼 역할이 중복되지는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위원은 "처음 설립하는 조직인 만큼 시행착오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 이라며 "지주회사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경우 자회사 경영진과 충돌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연구위원은 "단일 은행이 아닌 지주회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고 주장했다.

김원배.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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