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2부작 다큐 '21세기 실크로드를 가다'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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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특유의 시각으로 이 사회를 풍자해온 영화감독 장선우씨와 만화가 박재동씨가 드넓은 중국 대륙에서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SBS가 7~8일 이틀간 방송할 '21세기 실크로드를 가다' (밤 12시35분)는 두 사람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감독 오성윤.이용배씨, 소설가 김영종씨 등 문화인 20여명이 낯선 문명화와 우리 문화를 비교하는 문화기행다큐다.

베이징(北京)을 시작으로 고대 중국과 로마를 이어준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장안을 지나 투르판.죽음의 사막 타클라마칸.바양블라크 호수 등 중원문화와 초원문화를 아우르는 40여일간의 대장정이었다.

지역에 따라 낙타와 차량, 열차가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초원에서는 원주민들의 가옥인 파오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장선우씨와 박재동씨는 자금성의 거대한 정원 이화원과 돈황의 불교 벽화를 돌아보며 우리 문화의 원류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실크로드의 초원지역에서는 불교와 샤머니즘의 흔적을 만나며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삶에선 21세기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한다.

일정이 길다보니 박재동 화백은 바양블라크 호수를 지나다 피로가 쌓여 실신하기도 했다. 이번 기행은 40여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2002년 가을에 개봉할 극장용 애니메이션 '바리공주' 를 준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총감독과 미술감독으로 손을 잡은 장선우씨와 박재동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기에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또 '바리공주' 는 왕의 막내딸로 태어나 죽을 병에 걸린 부모를 위해 서역으로 가 악마들과 싸우며 생명수를 구해온다는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이번 여로가 애니메이션의 배경이기도 하다.

여행동안 줄곧 팬터지를 강조하는 장선우씨와 리얼리즘을 중요하게 여기는 박재동씨 사이에 설전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장정 마지막에 바양블라크 호수를 지나며 두 사람은 "다 뛰어넘자, 리얼리즘이건 팬터지건. 우리가 또 왜 얽매여!" 라며 의견일치를 본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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