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쾌속 코리아’ 열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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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을 배우자’는 열기가 뜨겁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야기만이 아니다. 경제·정치 분야에서도 한국을 주목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4일 ‘세계에서 약진하는 한국 기업을 배우자’는 제목의 대형 사설을 게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에 나서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닛케이는 사설에서 “인구가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한국이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한 과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한국 기업의 강점으로 ▶대담하고도 신속한 경영판단 ▶고부가가치 상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판매전략 ▶선진국뿐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를 포함한 신흥·개도국 시장을 공략하는 꾸준한 해외전략 등을 꼽았다.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도 1일 “일본 제품을 흉내 내면서 시작한 한국의 제조업들이 이제 가격경쟁력과 품질 면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힘을 길렀다. 일본 기업들도 부단한 노력으로 기술력을 연마하지 않는 한 세계시장에서 언제 한국 업체에 밀려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문부과학성의 오자키 하루키 스포츠청소년 심의관 등 실무진을 10일부터 사흘간 서울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들은 태릉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 등 을 견학할 예정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일 “올림픽에서 승부를 다투려면 아마추어로는 무리”라며 한국 정부의 스포츠 지원체계를 분석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세일즈 정상외교’도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은 지난해 말 UAE 원전 공사 수주전에서 패한 데 이어 지난달 초 발표된 베트남 원전 1차 공사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나선 러시아에 내줘야 했다. 일 언론과 기업들은 “ 다른 나라 정상들이 세일즈 외교로 국익을 챙기는 동안 일 정치권은 정치자금 문제로 제 할 일을 하지 못했다”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를 압박했다. 일본학술회의 회장을 지낸 구로카와 기요시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한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구조적 문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경쟁력을 키워 왔지만 일본은 거품경제가 무너진 후 20년간 제자리걸음에 그쳤다”며 “정부든 기업이든 위기의식·경쟁의식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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