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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재판 속도전 … 총리 공관 첫 현장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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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법원의 현장검증이 실시된다. 곽영욱(70·구속)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66) 전 국무총리의 유죄 여부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형두)는 3일 한 전 총리 사건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8일부터 매주 2∼3차례 재판을 열어 다음 달 9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에 대한 판결을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하기 전에 선고하기로 한 것이다. 재판부는 서울시장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한 전 총리가 4월 초부터는 선거 준비로 재판을 받기가 어려우므로 가능한 한 3월 말까지 피고인 신문을 마쳐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22일 총리공관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한다. 2006년 12월 20일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과 점심식사를 했던 당시 상황이 재연될 예정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이 자리에서 곽 전 사장에게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검증 장소는 공관 본관 1층에 있는 식당이다. 테이블 한 개에 참석자 몇 명이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의 공식 연회는 대개 전통 한옥인 삼청당에서 개최된다. 하지만 총리의 개인 모임은 대개 본관의 식당에서 열린다.

한 전 총리 측의 조광희 변호사는 “현장 검증을 통해 돈을 주고받을 수 있었는지, 주변에 다른 사람은 어디에 있었는지 등 당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총리가 바뀔 때마다 공관의 내부 인테리어가 다소 바뀌는 것을 감안해 한 전 총리 재임 당시의 공관 사진을 증거물로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또 강동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15일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당시 산업자원부 장관)는 26일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이들은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총리 공관 점심식사에 동석했다. 이들과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2차관 등 총 31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날 변호인 측은 곽 전 사장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내사 과정과 횡령 혐의 수사 과정이 녹화된 영상물의 열람 및 복사를 요청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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