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제휴사 뉴스파일] '28년 오름지기' 병마로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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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주의 귀중한 자산인 오름(기생화산)을 자식처럼 지켜오던 오름지기가 최근 활동을 그만둬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宋군석(75.북제주군 조천읍 대흘1리.사진)할아버지. 조천읍에 있는 새미오름은 지난 28년간 정상에서 울리는 그의 "여기는 산림 27호" 라는 무전 덕택에 환경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었다.

그가 오름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3년 산림조합에 근무할 때였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전기를 손에 들고 새미오름 구석구석을 누비며 산불예방과 자연보호에 힘을 쏟았다. 적은 액수의 수당을 받으며 그가 산불감시원으로 30년 가까이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오름이 좋았기 때문. 그의 정성 덕분에 갈수록 오름 방문객이 늘었지만 산불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름 안내를 요청하는 학생들과 관광객들에게 오름 사랑을 심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평생을 오름과 함께 하고자 했던 그에게 병마가 찾아와 결국 일을 그만둬야 했다. 宋할아버지는 "30년은 채워야 하는데…" 라며 오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제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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