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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입 최소화, MB정부 성패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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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구호와는 어울리지 않게 환율·통화·물가에 개입했다. 이동통신 요금에 직접 나섰고, 중점 관리 품목에 대한 정부의 물가 감시가 있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투자의 걸림돌인 수도권 규제의 틀은 크게 변화시키지 못했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주는 제도 개선도 있었지만 정부 예산으로 미분양 주택을 구입해 주고 주택대출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6개월 전 전경련 보고서를 보면 공무원의 규제 개혁 마인드 제고와 관련해 ‘불만족’이 43.1%로 ‘만족’(17.7%)의 배가 넘게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 국민들의 호감을 가장 많이 받았던 공약 중 하나가 ‘실용 정부’ 였다. 정부 조직을 슬림화하고 국가예산 20조원을 절약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공무원 수를 동결시키겠다던 공약과는 달리 중앙공무원 수는 현 정부가 출범하던 2008년 2월 60만5673명이었으나 2009년 8월 말에는 60만890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공기업 민영화 추진도 원칙만 남아 있고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고, 세계적 금융위기 타개를 명분으로 팽창적 재정금융정책을 지속적으로 펴 국가 채무가 2008년 기준 최소 308조원, 최고 143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9년에는 30조원의 수퍼추경이 있었고, 올해 예산 규모는 29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세금과 재정 규모를 동시에 줄이는 작은 정부 원칙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이슈를 선점했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명박 정부는 법치와 경제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존재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법치가 강조되는 노동 분야에선 상당한 선진화가 이뤄졌고, 사업장의 불법폭력행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자유기업원의 평가 결과에서 보듯 이명박 정부 정책의 시장친화성은 10점 만점에 6.41점으로 ‘보통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이명박 정부는 경제 활성화에 있어 정부가 직접 관여(make it happen)하지 말고, 이러한 기능이 작동될 수 있는 틀을 제공(let it happen)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복지의 확대가 동시에 달성되길 기대한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한국선진화포럼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