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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골랐어요] 따돌림 다룬 동화책 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지난해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못해 경호원과 함께 등교했던 학생의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왕따를 넘어선 집단 괴롭힘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해결의 실마리는 도무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어린이 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모르는 척』(길벗어린이)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 돈짱과 가해자 야라가세 패거리, 돈짱이 당하는 것을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아이들, 교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던 선생님,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말하는 부모와 같은 등장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섬뜩하리만큼 세밀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내 짝꿍 최영대』(재미마주)에서 영대는 아이들의 놀림을 참다 못해 엉엉 소리내 울어버림으로써 그동안 속으로만 삭여두었던 상처를 드러냈지요.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아이들은 그 때까지 '영대도 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작품에서는 왕따당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그러나 『까마귀 소년』(비룡소)의 이소베 선생님은 늘 소외되어 있던 땅꼬마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해내고 인정해 줌으로써 '모두가 똑 같을 수 없다' 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또 칭요징은 고향인 중국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잃지 않고, 자신을 해코지 했던 일본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이런 칭요징에게 오히려 감동을 받은 요시모토 선생님은 『왜 나를 미워해』(보리)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어요. "학교는 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이어서는 안 되고,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알려주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현실은 어디 그런가요. 그저 어른들은 내 아이가 왕따가 아니면 그것으로 되었다 하고, 아이들은 보고도 모르는 척하거나, 어른들에게 사실대로 말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새 학년을 맞이하는 오늘, 학교는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곳' 이 되어주리라 다시 기대를 걸어보겠습니다.

지난달에 특별한 졸업식이 있었다죠? 지연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뇌성마비 친구 은미의 단짝이 되어 휠체어를 밀어주고 밥을 먹여 주면서, 학교 생활하다가 같이 졸업했다고 합니다.

그 반 아이들이 함께 지내면서 무엇을 배웠을 것 같으냐고 새삼스레 제가 다시 묻지 않아도 되겠지요.

허은순 애기똥풀의 집(http://pbooks.zzagn.net)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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