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이가영기자의 정치 따라잡기(10월 다섯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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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과 정치권 논란

안녕하십니까,중앙일보 정치부 이가영 기자입니다.

지난번 처음으로 정치따라잡기에 나왔을 땐 가을에 막 접어들 무렵이었는데,두번째로 여러분들을 찾아뵙는 오늘은 완연한 가을이네요.이렇게 훌쩍 올해가 가버리는 게 아닌지,아쉬움이 앞섭니다.

올들어 우리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가장 인상적으로 각인된 국가기관은 뭐니뭐니해도 헌법재판소가 아닐까 싶습니다.지난 5월 대통령 탄핵안 기각 결정에 이어 바로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까지.속된 말로 정권을 ‘살리기도’하고 곤란하게도 하는 결정 앞에 국민들이 헌재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는 한해였으니까요.

지난주의 헌재 결정 이후 나타나는 양상은 대통령 탄핵안 기각 때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여권에선 그 누구도 ‘승복’이란 말을 하지 않고 있고 야권에선 마치 여권의 항복이라도 받아내겠단 심산인 것처럼 ‘승복’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여권에선 특히 헌재가 위헌 결정의 이유로 내세웠던 ‘관습헌법’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대통령이 ‘처음 들어봤다’고 말한 데 이어 “관습헌법을 적용한 법리적 판단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알려야 한다”는 의견 등 자칫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로 생각될 수 있는 강한 발언들까지도 쏟아져 나오는 형편입니다.이에 대해 야당은 “지난 5월 탄핵 기각 결정때 우리는 완전 승복했는데,열린우리당은 왜 하지 못하냐”며 연일 공격입니다.

여야가 모두 충청권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명분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과거 저는 법조에 출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실제로 헌재 결정문에서 ‘관습헌법’이란 용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성문헌법 체계를 갖춘 우리나라에서 그 용어는 생경하기 그지 없습니다.하지만 생소하다고 해서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헌재 결정으로 상처를 입은 충청권 주민들과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은 정부와 여당,또 그로부터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는 야당까지.헌재 결정에 불만을 품을 수는 있지만 결코 헌재 결정을 부정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봅니다.헌재의 권위를 무시하는 순간,우리의 헌정 질서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니까요.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결정이 좀더 이해하기 쉬운 것이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은 남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앞으로 정치권이 또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문제를 헌재에 들고 가는 경우가 생길 것입니다.그럼 그때마다 자신들이 원치 않는 결과에 나오면 헌재의 권위를 무시하는 발언을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올들어 있었던 두번의 결정은 모두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진일보한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특히 아직도 싸움에만 매달리는 정치권에는 ‘국민울 무시한 정치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제 그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입니다.어서 빨리 분열을 딛고 국민들이 편안한 방향으로 정치권이 목소리를 모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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